부도가 임박한 코스닥 상장사에 넣었던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사채업자들에게 주식을 매도한 뒤 경영권을 정상적으로 양도했다고 허위공시한 자산운용사 미래에셋 산하 사모펀드 전 대표 등이 기소됐다. 범행에 가담해 함께 기소된 14명 중엔 이정훈 현 서울 강동구청장도 포함됐다. 이들이 이런 수법으로 얻은 부당이득은 269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희생양’이 된 해당 코스닥 상장사는 현재 거래정지가 되고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광배)은 15일 미래에셋 5호 PEF의 유모(53) 전 대표와 같은 회사 유모(45) 상무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 등 혐의로, 이정훈 구청장을 자본시장법위반 방조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주식 매도와 허위공시를 주도한 사채업자 이모(40)씨와 매각 대상 게임회사의 전 대표 변모(49)씨는 구속기소하고, 다른 공범 7명과 그 외 관련된 법인 2곳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대표 등은 은행에서 사채업자들로부터 코스닥에 상장된 게임회사 와이드온라인의 주식매매대금을 지급받고 이에 상응하는 주식을 사채업자들에게 양도했다. 하지만 공시에서는 이씨 등 사채업자들이 내세운 형식상 법인인 클라우드매직의 자기자금으로 와이드온라인을 인수한 것처럼 했다. 유 전 대표 등으로부터 와이드온라인의 경영권과 자금관리권을 넘겨받은 사채업자들은 이후 회사 주식 856만주를 시장에 유통하게 됐고, 이후 와이드온라인 주가는 주당 평균 5,000원에서 800원으로 폭락했다. 회사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사채업자들은 타법인 인수를 가장하고 법인자금 154억원을 임의 인출해 횡령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로써 “정상적인 인수합병으로 믿고 와이드온라인 주식을 산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산운용사의 투자실패로 인한 손실이 전가됐다”고 설명했다. 와이드온라인은 재무상황이 악화돼 거래정지가 되고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한편 당시 시의원이었던 이 구청장은 클라우드매직의 명의상 대표이사로서 동생인 사채업자의 범행을 돕기 위해 클라우드매직이 자기자금으로 와이드온라인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처럼 허위인터뷰를 하고 주가를 부양해 불구속기소됐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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