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서른한 살의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을 이베이에 넘기면서 1억 8,000만 달러를 손에 쥐었다. 다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던 그는 우주로 눈을 돌렸다.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머스크는 ‘로켓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제작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 엑스(X)’가 설립되는 순간이었다.
페이팔·테슬라로 실리콘밸리 성공 신화를 세운 머스크뿐 아니라 전 세계 유통·물류 시스템을 장악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기발한 홍보 전략의 달인으로 꼽히는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왕국을 세운 폴 앨런은 이제 ‘우주 개발’에 몰두 중이다. 우주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인터넷·스마트폰 혁명을 뛰어넘는 인류 최대 혁신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간 ‘타이탄’은 광활한 우주에 집중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거물 4인의 거침없는 도전을 다뤘다. 이들은 모두 우주 탐사 기업을 세우고 개인 자산을 비롯해 천문학적인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자사의 달 착륙 우주선 ‘블루문’을 공개했으며,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에서 제작한 우주선 ‘스페이스 투’는 지난 2월 모하비 사막에서 탑승객 한 명을 태우고 90㎞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귀환했다. 폴 앨런의 스트래토론치는 날개폭이 100m 넘는 항공기를 제작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 제트기는 공중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 크리스천 데이븐포드는 워싱턴포스트(WP) 금융 및 산업 전문 기자로, 이들과의 독점 인터뷰와 밀착 취재, 수년간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야기를 탄탄하게 엮어낼 수 있었다. 특히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머스크와 베조스가 우주 개발을 놓고 벌이는 불꽃 튀는 경쟁도 눈길을 끈다. 거침없는 머스크와 조용히 움직이는 베조스는 10년 넘게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쳐왔다. 저자에 따르면 둘은 각자의 착륙 방식과 로켓 추진력의 중요성을 놓고 싸웠으며, 로켓 발사 시설을 둘러싼 언쟁도 벌였다. 1만8,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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