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주가 기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하지 않고 직접 그 자리에 개업했더라도 권리금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임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권리금도 부담하지 않는 건물주들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가 임차인 한모씨가 임대인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수원지방법원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한씨는 2008년부터 A상가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다. 2012년 A상가를 매수하며 새 건물주가 된 박씨는 2016년 10월 한씨에게 점포를 인도받아 자신이나 자신의 아들이 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씨는 박씨가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부하자 권리금을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한씨는 이에 권리금 3,700만원을 손해 봤다며 소송을 냈다.
박씨는 한씨에게 “새 임차인을 주선하더라도 더 이상 임대하지 않고 직접 상가를 사용할 계획”이라는 의사도 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가임대차법은 새 임차인으로부터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임대인이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2심은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새 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는데 한씨는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게 임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힌 경우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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