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재계 회동은 일본의 무역규제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청와대는 “일본 수출문제와 관련해 폭넓은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간담회 날짜를 촉박하게 결정한 것이나 총수 참석을 간곡히 당부했다는 것도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 측의 치밀한 움직임을 생각하면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중소기업까지 포함됐던 과거와 달리 30대 기업으로 참석 범위를 좁혀 난국 타개책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니 기대가 된다. 재계에서는 최근 청와대가 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관측도 높다.
지금 청와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한일갈등으로 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경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는데도 시장에서는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침체에 글로벌 통상환경까지 흔들리는 초유의 위기상황에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처방이 절실한 법이다.
이번 회동은 일본 문제뿐 아니라 혁신성장이나 규제 등 경제 전반에 대해 진솔하게 논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투자를 부탁하기보다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책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업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대책도 필요하다. 그래야 일본에 맞서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경제체질을 바꾸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모처럼 마련된 청와대 회동이 경제난국을 넘어설 해법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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