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언제부터 경제난을 겪기 시작했을까?’ 이 의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근원을 찾아야 경제난을 해소할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난이 심각해졌다는 것은 성장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률이 뚝 떨어진 것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다. 당시 연평균 성장률은 3.3%로 직전 노무현 정권의 4.7%에 비해 1.4%포인트 급락했다.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3%로 내려가고 문재인 정권 2년 동안 2.9%로 떨어진 것에 모자라 3년 차인 올해는 2% 유지조차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은 경제정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한편 전 정권과의 차이점을 강조해왔다. 이명박 정권은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이라는 정책목표를 내세웠고 박근혜 정권은 ‘창조경제’로 차별성을 보였다.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자신만의 경제정책을 더욱 강조했다.
이토록 모든 정권이 경제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만의 경제정책을 내놓았음에도 한결같이 성장률은 떨어지고 경제난은 심화하기만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목표는 달랐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수요확대, 저금리 기조 유지를 위한 양적완화 통화정책, 환율방어를 통한 수출촉진 등의 세 가지 정책을 역대 정권이 모두 똑같이 시행한 것이다. 오로지 정책목표라는 포장만 새롭게 치장했을 뿐 그 내용물은 똑같았다.
그러나 위의 정책들은 모두 치료약이지 영양제가 결코 아니다. 국가 경제가 중대한 질병에 걸렸을 때나 처방하는 정책수단이지, 그 외에는 되도록 절제해야 하는 정책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재정확대와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가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된 후에는 출구정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재정확대·양적완화·환율방어 등이 영양제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재정지출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아서 민간 부문이 외면하는 분야에 주로 투입된다. 따라서 재정지출이 확대될수록 국가 경제의 평균적인 생산성은 낮아지고 그 한계 생산성은 마이너스를 보임으로써 성장률을 떨어뜨린다. 다음으로, 양적완화는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자본 수익률을 낮추는데 이는 그만큼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뜻한다. 끝으로, 환율방어는 수출기업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해줌으로써 위험부담이 큰 시설투자, 신제품·신기술 개발, 경영혁신 등을 소홀하게 해 국제경쟁력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재정확대·양적완화·환율방어 등의 경제정책이 계속 펼쳐지는 한 본격적인 경제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경제정책 기조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야 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국제경쟁력을 제고시켜 경제를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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