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20세기 초는 유럽 사회의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기다. 당시 문화·예술계에서는 기독교적 사상에서 벗어나 성적 욕망을 지닌 인간을 온전히 표현하려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간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은 12편의 독일 문학 텍스트를 통해 세기 전환기의 시대상을 들여다본다. 저자인 홍진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선별한 작품은 ‘해 뜨기 전’ ‘봄의 깨어남’ ‘꿈의 노벨레’ ‘672번째 밤의 동화’ 등이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들 작품은 하나같이 성(性)을 핵심 소재로 삼고 욕망으로 들끓는 인간을 그려낸다. 이전까지 저급한 문화로 치부됐던 성적 욕망이 19세기 후반 유럽 주류 예술계의 한복판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저자는 새로운 인간관의 등장과 결부해 설명한다.
세기말의 혼란 속에서 종교적 세계관의 토대가 흔들리는 가운데 인간의 본질은 성적 욕망에 있다는 가치관이 부상하면서 문학 작품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럽인들에게 19세기 말~20세기 초는 ‘가치의 아노미’ 상태에서 새로운 관점과 기준을 찾아 방황하던 시기였다”고 요약한다. 2만3,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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