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분할을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갈등을 풀어야 할 울산시까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사태가 복잡해 지고 있다. 법인분할 자체를 반대하는 노조와 법인분할 후 세계 최고의 조선기업 명성을 되찾겠다는 회사, 그 사이에서 울산시는 법인분할은 하되 본사는 울산에 남겨 두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31일 주주총회가 열리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이틀째 점거하며 28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16일부터 진행해 온 파업의 강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31일까지 한마음회관을 선점해 주총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그동안 울산시, 동구 등 지역 정치권과 시민대책위, 각 노조 단위에서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며 “회사는 법인분할 임시 주주총회를 중단하고, 이해 당사자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과 31일 현대중 노조를 지원하기 위한 영남노동자대회와 지역 시민궐기대회가 한마음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반면 회사는 주주총회 강행과 함께 이를 방해한 노조에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폭력사태를 유발한 박근태 지부장 등 노조 집행부 42명에 대해 업무방해 및 상해죄 등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7일 오후 노조가 본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전면 강화유리로 된 출입문 등을 파손했는데, 이로 인해 출입문 뒤에 있던 직원 십수 명의 얼굴과 눈에 유리 파편이 튀었으며 이 중 돌에 맞은 1명은 실명 위기다. 앞서 회사는 지난 22일 상경투쟁 당시 경찰을 폭행한 조합원 등 13명을 고소했으며, 24일 불법행위를 주도한 노조 간부 7명을 고소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번 만큼은 단체 교섭 마무리 시 면죄부를 주던 관행도 단호하게 끊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사 대립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울산시는 29일 오후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시민 총궐기 대회’를 열기로 했다. 울산시는 현대중공업이 법인분할 후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뉘는데, 서울에 옮겨 갈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울산에 존치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신설 현대중공업 본사는 울산에 남고 중간지주사 본사만 서울에 두는 것이라서 본사 이전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울산시는 분할 이후 실질적 본사 기능이 서울로 이전해 연구 인력 유출, 영업이익 감소, 소비 심리 위축 등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시민 3,000여 명이 참석하는 규모로 대회를 진행하며, 인쇄물을 배포하는 시민선전전과 퍼포먼스 등으로 대회를 열 계획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28일 대회 준비를 하며 100여 개 단체 120명에게 “울산의 미래가 걸린 이번 사안에 각계각층의 모든 분이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반드시 이뤄내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울산시까지 법인분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노조는 “현대중공업 이사회 빼고 법인분할 모두 반대한다”며 “법인분할을 즉시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의 조선기업 명성을 되찾고, 울산의 자랑으로 계속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위한 물적분할에 임직원 모두와 가족, 지역사회의 성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해를 부탁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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