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 가입자 수가 4개월 만에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면서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4월 말까지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한 건수는 총 4만7,268건에 이른다. 올 4개월까지 누적 가입자 수가 벌써 지난해 총 가입건수 8만9,351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월별 가입자 수도 증가 추세다. 올 1월 가입자 수는 8,846건이었는데 2월 1만1,577건 , 3월 1만2,888건, 4월 1만3,957건을 기록했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HUG, SGI서울보증 같은 보증기관이 임대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전세 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지나기 전이면 가입할 수 있고, 보증료율은 연 0.128% 수준이다. 약 3억원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연간 약 36만~40만원을 보증료를 내야 한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 증가로 HUG의 대위변제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HUG가 집주인 대신 돌려준 전세금은 지난 2017년 약 34억원(16건)에서 지난해 583억원(28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는 4월 말 기준으로 벌써 594억원(266건)을 기록 중이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 대폭 늘어난 것은 역(逆)전세난과 깡통전세(매매가가 전셋값보다 하락)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넷째 주 이후 30주째 내리막을 타고 있다. 올 초에는 서울 강남권에서 입주 물량 부담에 전세금을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조짐도 있었다. 여기에다 경매로 넘어간 집의 낙찰금액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세입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 가입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소강상태이던 입주물량이 올 하반기부터 증가해 당분간 전셋값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이 세입자에게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어 가입자 수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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