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므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미국은 107%, 일본은 220%인데 한국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을 40% 안팎에서 관리하는 근거가 뭐냐”고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지표는 국제적인 국가부채지표와 포괄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경우 국가재정법에 의해 국고채권·국민주택채권·외평채·지방정부순채무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급의무를 지는 채무만 포함한다. 반면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채무에 공무원·군인연금 장기충당금, 국가보증채무, 국가기능을 수행하는 준공공기관 부채, 중앙은행 통화안정증권 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 등 국제통화기금(IMF) 재정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국가재정법을 기준으로 좁은 범위의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사용해 마치 재정이 건전한 것으로 잘못 평가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미 2013년께 GDP에 대한 국가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기 시작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부채비율 100%는 재정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지표다. 미국에서는 국가부채비율이 2011년 100%를 넘어서자 ‘예산통제법’을 제정해 국가부채한도를 정하고 한도초과 재정지출은 상하 양원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도록 했다.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발생국들은 모두 국가부채비율이 100%를 넘은 국가들이었다.
다음으로 국가부채비율 100%를 위험기준으로 할 때 상응하는 국가채무비율이 얼마인지는 국가부채에 포함된 장기충당금, 국가보증채무, 준공공기관 부채, 중앙은행 통화안정증권 부채 규모에 따라 다르다. 한국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40%일 때 국가부채비율은 120% 내외에 도달해 위험수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채무비율 40%는 매우 중요한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일각에서 조세부담률이 선진국보다 낮으므로 대기업과 부자를 중심으로 세금을 더 거두자고 주장하고 있다는 보도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법인세 외에 각종 부담금 등 준조세가 GDP의 1% 수준을 넘어선 실정이다. 법인세와 소득세의 누진도가 이미 과도하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군인연금 장기충당금이 940조원으로 국가부채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음에도 공무원을 17만명이나 증원하겠다고 하고 공기업 부채가 이미 500조원을 넘어섰는데도 공공기관 직원을 63만명 늘린다고 한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서는 슈퍼예산도 예상되고 올해부터 5년 동안 무상교육, 소득보장, 건강보험 확대 등에 332조원이 소요될 사회보장기본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건강보험기금은 이미 재정이 연간 7조원 내외를 보전해주지 않으면 적자상태다. 재정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2027년에 고갈될 것으로 분석된다. 치매국가책임제를 담당할 장기요양보험도 이미 적자상태이고 2020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앞으로 건강보장성 강화와 치매국가책임제를 대부분 재정으로 충당해야 함을 의미한다. 경쟁적으로 퍼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현금복지 등 막무가내식 복지폭주도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요인이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연기금 사회보험은 2020년 전후, 국민연금기금도 2050년께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소득의 30%를 국민연금보험료로 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장률은 하락하고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드는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식으로 국가부채와 각종 연기금 부담만 천정부지로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할 경우 후세대가 감당할 수 없어 재정위기가 앞당겨질 것은 자명하다. 재정위기로 폭발하기 전에 엄격한 재정규율과 공무원·군인연금, 공공기관 개혁으로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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