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커피가 불티나게 팔리지만 원두 가격은 최근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이른바 ‘커피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대표적 원두 품종인 아라비카 7월물이 22일(현지시간) 파운드당 92.85센트를 기록했다.
아라비카 선물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1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17일에는 90센트선 아래로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순 대비 30%나 떨어진 가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이 가격은 원두 생산자 입장에서 재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커피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 소비량은 60㎏짜리 포대 기준으로 지난해 9,580만포대로 2014년 이후 해마다 늘었으며 올해도 9,810만포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값의 역설’ 왜
생산성 높은 브라질 시장 장악
경쟁국 비용 낮추며 품질 하락
헤알화 가치 하락도 영향 미쳐
커피 수요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늘어나는데도 원두 가격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것은 원두의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이 높은 생산성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커피 농가는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으로 기계 수확을 도입해 중남미에서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이고 있다.
이에 다른 커피 생산국 농가들은 하락한 도매가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을 낮추면서 이듬해 수확작물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최근 커피농가에 대한 긴급지원을 늘리기도 했다.
아울러 브라질 헤알화 가치 급락도 달러화로 수출되는 원두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헤알화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12%, 2011년 대비로는 60%나 떨어졌다.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지속가능발전소장은 “낮은 커피 가격의 원인은 브라질의 높은 생산성, 달러 강세, 헤알화 약세”라며 “기본적으로 브라질이 글로벌 비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