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관 변호사들 사이에서 지난 10년간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하는 ‘몰래 변론’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몰래 변론은 수임 자료가 남지 않아 변호사협회의 감독을 피할 수 있을뿐더러 탈세의 수단도 될 수 있다.
17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의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결과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수사 확대 방지, 무혐의 처분, 내사 종결 등 수사를 어느 정도로 무마해주는지에 따라 거액의 착수금과 성공 보수금이 걸려있기 때문에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은 사건 내용에 따른 법률적 대응보다는 약정한 성공보수가 걸린 결과 달성에만 집중하는 폐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몰래 변론의 대표적 사례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을 들었다.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을 몰래 변론한 검찰 고위직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맞춤형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수사검사, 결재검사와 학연·지연·친분 등 개별 연고 관계가 있는 전관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를 만나 수사 상황을 파악한 뒤 정 전 대표에게 ‘추가 수사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되었어’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홍 변호사의 사건무마 시도가 검찰권 행사 왜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검사가 전관 변호사의 몰래 변론에 응한 점, 결과적으로 검찰권이 정당하게 행사되지 않은 과오가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전관예우 등 잘못된 폐습에 대한 책임이 검찰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형사 사건에 관한 기본 정보를 온라인 등을 통해 충실하고 신속히 제공해 직접 변론의 필요성을 줄이고, 검찰청 출입기록과 연계한 변론기록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변론기록 작성에 누락이 없도록 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수사 및 지휘검사의 몰래 변론 허용, 변론기록 미작성 또는 허위작성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고, 위반 행위가 있다면 적극 징계 조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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