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2월 설날 연휴를 앞두고 한국GM은 급작스러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우리 정부의 지원 요구가 핵심이었다. 사실 전략 차종의 실패로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것이기도 했지만 협의 요구도 아닌 일방적인 폐쇄 통보에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큰 충격에 빠졌었다.
한국GM의 구조조정에 직격탄을 맞은 곳이 군산이었다. 가뜩이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얼마 전 국내 자동차 기자재 업체의 컨소시엄이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해 전기차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한국GM과의 매각 협상도 마무리됐다. 늦었지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한국GM 군산공장의 전기차 공장 전환은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우리 산업계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대규모 공장의 재활용,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들의 새로운 도전, 상생형 일자리 모델의 확산이라는 측면 등에서 그렇다.
그동안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조업의 특성상 인건비가 판매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국내 제조기업들이 동남아 등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이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침체가 지속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건비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지점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1월 말 최종 타결이 됐다는 것이다. 동종업계보다는 저임금이지만 정주 여건에 대한 지자체의 추가 지원을 통해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상생하는 모델이 최초로 시작된 것이다. 이는 비단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나아가 국가 경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시도였다.
첫 삽을 뜨는 데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노하우를 가지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노사정 상생기업의 전국적인 확산이 필요하다. 제조기업들의 역외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유턴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광주형 모델의 경우는 자동차 공장이었지만 다른 업계로의 확산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의 전기차 공장 전환은 매우 좋은 기회다. 사실상 새 기업이 들어서는 상황에 광주의 경험을 한 단계 발전시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상생형 일자리의 성패에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과 노동자들이 한발 물러선 자리를 메울 수 있는 것은 정부뿐이다. 적극적인 정주 여건 마련은 물론이고 전후방 연관 산업들과 윈윈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광주에서 시작한 지역 상생모델을 군산에서 증폭시켜 온 대한민국에 전파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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