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가 포함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고(姑)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해 공소시효 연장 및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해외에서 국내 사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청와대에서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청원 글에 중국인들이 동참해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웨이보에는 지난해 7월 국내 연예지인 ‘디스패치’의 폐간을 요청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와 함께 서명을 독려하는 글도 게재됐다.
‘Guide to how to sign the petition to investigate Mr Kim’이라는 제목의 트윗은 번호까지 붙여 가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하는 법을 설명한다. 이는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고 있는 승리를 구하기 위해 그의 해외 팬들이 ‘성추행 의혹이 난 김**씨를 수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 서명을 독려하기 위한 글이다.
이 청원에서 지칭하는 수사 대상자는 버닝썬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김상교 씨로 추정된다. 해외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범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달 1일 작성된 이 청원 글은 15일 현재 기준 3만 9,000여 명이 동의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하기 및 청원동의 기능은 별다른 절차 없이 네이버나 페이스북, 트위터의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이용 가능하다. 청와대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청원 게시판이지만 청원 글을 올리거나 동의하는 사람은 굳이 대한민국 국민일 필요가 없는 셈이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해외 네티즌들의 청와대 국민청원 접근성을 높이는데 한 몫 한다.
승리의 해외팬들이 독려 중인 청원글은 작성 후 30일 내 20만 명의 동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청와대의 답변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장자연 씨 사건은 국내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사안이므로 현재까지는 해외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청와대에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내 정치사회적 이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민청원 등이 국적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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