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2일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성냥갑 아파트’를 탈피하는 창의적인 혁신안이라는 평가와 공공이 민간아파트 디자인까지 개입하려는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14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영역에 대한 개입이라기보단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며 혁신안은 공공의 간섭보다는 100년 후 서울을 내다본 계획임을 강조했다.
혁신안은 민간이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전 서울시가 먼저 층수와 디자인 등 핵심 사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의 정비계획안 수립 이전에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신설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아파트 단지별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서울시는 혁신안을 통해 ‘성냥갑 아파트’에서 벗어나 도시 환경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시가 개입할 시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의 지침에 따라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하다간 사업비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진 부시장은 우려에 대해 “해외 주요 도시에서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고 이는 검증된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용 증감에 대해선 “심의 과정과 기간이 대폭 줄면서 오히려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면 심의에 평균 20개월이 걸리는 데 반해 상정 전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위원회에서 ‘퇴짜’를 맞는 사례가 줄어 심의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2030년까지 서울시 아파트의 56%가 준공한 지 30년이 넘는데 지금처럼 아파트를 짓다 보면 100년 후에는 ‘슬럼화’하는 지역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금을 도시 환경 혁신의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그는 “건축도 이제 단순한 ‘매뉴팩처링’(manufacturing·제조)에서 벗어나 개성을 살린 ‘핸드메이드’ 시대로 갈 것”이라며 “100년 후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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