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난 그땐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할까.”
‘한국 포크 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이장희(72)의 노래 ‘내나이 육십하고 하나일때’는 1974년 대학교 축제에 초대받은 이장희가 대학생들에게 어울리는 곡을 고민하다가 2시간 만에 만들었다. 노래를 만들 때는 60대가 까마득한 먼 미래라고 생각했다는 이장희가 어느덧 70대 ‘인생의 황혼’에서 다시 팬들을 찾아왔다. 다음 달 6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이장희와 그의 음악 동지 강근식(73), 조원익(73)을 최근 간담회에서 만났다.
이장희는 “지금 내 나이가 70이 넘은 인생의 황혼인데 황혼은 붉게 타서 아름다운 풍경도 있지만, 마지막이기 때문에 쓸쓸한 것도 사실”이라며 “쓸쓸하고 허무하지만 행복하기도 한 복잡다단한 이 마음을 노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나의 주특기가 직접 가사를 써서 노래하는 것이었는데 그걸 한 번 더 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콧수염은 사라졌지만 한 시대를 이끈 국내 최초 싱어송라이터답게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여전했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한 잔의 추억’ 등 사랑받은 히트곡이 많지만 이장희가 마이크를 다시 잡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싱어송라이터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돼 음악을 내려놨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넘어가 1988년 라디오코리아를 설립하는 등 사업가로 변신해 음악과는 먼 삶을 살았다. 이후 우연히 찾은 울릉도에 매료되어 2004년 울릉도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2011년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출신 가수들이 화제가 되면서 음악계로 복귀했다. 울릉도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장희는 경상북도청과 손잡고 지난해 5월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개관했다. 150석 규모 공연장에서 강근식, 조원익과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상설공연을 열고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맨 처음 사람들한테 다시 주목받았을 때 제가 어쭙잖다고 느꼈어요. 40년 동안 노래를 안 했는데 콘서트 하자는 제의를 받고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노래를 하다가 보니까 노래가 다시 좋아지더라고요. 내가 대학교도 중간에 그만두고 음악만 할 정도로 음악을 정말 좋아했구나, 이번에 다시 그런걸 느꼈습니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늘 음악을 하고 싶고 계속 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KBS ‘불후의 명곡’에서는 까마득한 후배들이 그의 노래를 재해석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장희는 “노래라는 것은, 특히 유행가 음악은 시대를 같이 타고 넘어가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제 노래를 좋아할까 의심했다”며 “지금 젊은 친구들을 보면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 때보다 음악을 훨씬 더 잘하고 음악적인 내용을 보면 감탄한다”고 말했다.
공연 타이틀 ‘나 그대에게’에 대해서는 본인의 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에서 따왔다”고 했다. “공연에 오는 분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죠. 이 노래는 아마 제 노래 중에 가장 사랑받은 노래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단조로운 것 같아서 썩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애착이 가더군요.”
이장희는 이번 서울 공연에서 잘 알려진 1970년대 히트곡은 물론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곡들도 소개할 계획이다. 미국으로 이주했던 초창기 만들었다가 세상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들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장희의 단독콘서트 ‘나 그대에게’는 3월 8, 9일 이틀간 LG아트센터에서 열리며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광주, 부산, 대구로 이어진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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