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견제가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헤니 센더 파이낸셜타임스(FT) 국제금융 담당 수석 칼럼니스트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중국은 개혁이 필요하지만 시진핑 중국 주석은 자체적으로 개혁을 할 생각이 없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외부 압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센더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정치적 리스크를 꼽았다. 그는 “중국 엘리트층의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라며 “시진핑 주석이 처음 집권했을 때 그가 제2의 덩샤오핑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2의 마오쩌둥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문화대혁명 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이 권력 집중화를 추진하면서 중국의 개혁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대중 압박을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가장 큰 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혜택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내리막에 들어섰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센더는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센더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지만 이는 중국 경제 자체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라며 “경제 규모가 이렇게 커졌는데도 6% 성장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국내총생산(GDP)보다 일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중국에서는 일자리 1,100만개가 창출됐다”며 중국 경제가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센더는 중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이나 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의 GDP 대비 부채 증가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지만 중국은 3조달러에 달하는 외화보유고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국영은행의 자금조달이 원활하다”며 “유럽에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염된 메커니즘이 중국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기업부채에 대해서도 “증가세가 멈췄고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도 계속하고 있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센더는 중국이 첨단기술과 고급 서비스업의 선도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중국의 3세대 기업들은 흥미롭고 괄목할 만하다”며 “머지않아 AI 선두국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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