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해외 음란 사이트 등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을 강화하면서 “개인 자유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몰카’ 등 디지털성범죄 정보가 2년만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https 차단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동의 15만명을 넘겼다. 이는 전날 방통위가 불법음란물·불법도박 등 불법정보를 유통하는 해외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애초에 ‘폰허브(pornhub)’ 등 음란물을 유통하는 해외 사이트는 차단돼 있었지만 주소창에 ‘http’ 대신 ‘https’를 입력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접속에 문제가 없었다. 방통위가 SNI 차단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방심위 심의를 통해 불법으로 분류된 895개의 해외 사이트에 접근이 차단됐다. 이 중 96개가 음란 사이트다.
방통위는 불법정보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아동포르노·몰카·스너프필름(사람이 실제로 죽거나 자살하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 등 각종 불법촬영물이 해외 불법 사이트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며 “이번 규제를 통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해외 불법 사이트가 차단돼 디지털성범죄 영상 피해자와 창작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에도 불법이었던 영상물이 비로소 차단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한 불법촬영물 확산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방심위는 지난해 총 1만7,486건의 디지털성범죄 정보에 대해 심의했고 이 중 1만7,371건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이는 2016년(7,356건) 대비 2.4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한 달 동안만 2,712건의 디지털성범죄 정보 심의와 이 중 2,708건에 대한 시정 요구가 있었다.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디지털성범죄 정보 피해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은 “https 차단 정책이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방통위 담당자는 이에 대해 “SNI 차단 방식은 편지봉투를 보고 규제하는 것이지 내용물을 뜯어보는 게 아니다”라며 “더군다나 차단장비가 각 망사업자의 백본망에 위치해 당국이 통신비밀보호법상 명백한 불법인 감청·검열을 할 소지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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