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부족한 정부예산을 메우기 위해 중앙은행인 이탈리아은행(BOI)의 금 보유고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금 보유고를 활용하려고 한다는 현지 보도에 대해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며 “금은 이탈리아 국민의 소유이며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탈리아 신문인 라스탐파는 정부가 BOI가 보유 중인 금을 활용해 올해 예산 적자를 메우거나 오는 2020년 계획한 부가가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금 논란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살비니 부총리의 측근이 내놓은 법안이다. 최근 집권여당인 동맹 소속의 클라우디오 보르기 의원은 BOI 금 보유고의 최종 소유자를 중앙은행이 아닌 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률 초안을 상정했다. 지난 주말 살비니 총리 역시 은행권의 감독 실패를 이유로 BOI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중앙은행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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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금 보유량을 자랑하는 이탈리아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예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금 보유고 활용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보유한 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452톤으로 미국, 독일에 이어 3위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의 성장률은 0.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30%에 달한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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