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가 관광명소 트레비 분수에 쌓인 동전을 긁어모아 시(市) 예산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그동안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기부 받아 자선사업을 해온 가톨릭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로마 시의회는 오는 4월 1일부터 관광객이 트레비 분수에 던진 동전을 예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지난달 말 승인했다. 버지니아 라기 로마 시장은 “매일 관광객들이 분수에 던지는 4,000만유로(약 515만원) 상당의 동전이 시 행정부에 속하게 된다”며 문화 유산 보호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해 유명세를 탄 트레비 분수는 뒤로 돌아서 동전을 한 개 던지면 다시 로마에 돌아올 수 있고, 두 개 던지면 연인과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로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매년 트레비 분수에서 거둬지는 동전은 약 150만유로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로마 시의회는 앞서 지난 2017년에도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모아 예산으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 무산된 바 있다. 로마 시는 지금까지 트레비 분수에 쏟아졌던 동전을 가톨릭 자선단체인 카티라스에 기부해왔다. 카티라스는 저소득층 식품 지원과 노숙자 급식소 운영 등에 이 동전들을 활용했다.
이탈리아 주교회 일간지인 아베니어는 이번 결정을 내린 로마 시의회에 대해 “빈곤층의 적”이라며 “가난한 자들로부터 돈을 빼앗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티라스와 가톨릭계가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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