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 차례 협연한 적이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굉장한 의욕과 놀랄 만한 실력을 함께 갖춘 오케스트라입니다. 그들과 함께 한국 관객들에게 멋진 음악들을 하루빨리 선물할 수 있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고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향의 ‘2019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된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2·사진)가 내년 1월 첫 번째 무대에 오른다. ‘올해의 음악가’는 매년 아티스트를 선정해 관객들이 그의 음악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제도다. 독일 출신의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인 테츨라프는 바흐와 베토벤·브람스부터 20세기 현대곡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영국 위그모어홀, 뉴욕 카네기홀 등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서 갖는 첫 번째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 해 동안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국 관객들이 폭넓은 레퍼토리를 즐길 수 있도록 ‘음악의 성찬’을 준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음 달 총 세 차례 무대에 서는 테츨라프는 우선 1월 5~6일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시마노프스키 협주곡은 20세기에 작곡된 어떤 협주곡보다 관능적인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대중들에게 썩 익숙한 레퍼토리는 아니지만, 바이올리니스트의 제대로 된 연주를 듣는다면 청중들도 이 곡의 경이로운 매력에 흠뻑 빠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테츨라프는 이어 1월 7일에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에 오른다. 그는 솔로 활동만큼 실내악 연주에도 큰 애정을 가진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지난 1994년부터는 누이인 타냐 테츨라프 등과 함께 ‘테츨라프 사중주단’을 결성해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테츨라프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살면서 베토벤·브람스의 사중주를 연주하지 못한다면 정말 슬픈 인생이 될 것”이라며 “솔로와 실내악 연주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그는 내달 실내악 공연에서는 자신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2번과 소나타 3번, 드보르자크 현악 오중주 등을 선보인다. “바흐의 곡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인 동시에 내 연주의 중심이며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바흐의 작품을 무려 40년 동안 연주하다 보니 이제 때로는 가만히 있어도 바흐와 영혼을 나누며 함께 길을 걷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이런 느낌이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랍니다.”
테츨라프는 내년 1월 공연을 마친 후 9월 다시 내한해 세 차례 공연을 추가로 연다. 내년 9월 5~7일 서울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홀, 세종체임버홀에서 각각 펼쳐지는 무대에서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베토벤 협주곡은 다른 나라에선 많이 연주했는데 한국 관객들 앞에선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어서 이번에 특별히 골랐어요. 어린이가 부르는 노래처럼 천진난만한 바이올린의 솔로 선율이 아주 일품입니다.”
테츨라프는 ‘올해의 음악가’나 ‘상주 아티스트’ 등의 타이틀 아래 특정 오케스트라와 긴밀한 연결고리를 맺고 활동하는 것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위그모어홀의 상주 아티스트를 지낼 때는 실내악 연주의 전형적인 규범과 틀을 깨는 시도를 많이 했고, 베를린 필하모닉과 일할 때는 젊은 연주자들과 특히 많은 교류를 했어요. 서울시향의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을 많이 창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서울시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