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를 진화하기 위해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안 등의 대책이 유럽연합(EU) 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일으키고 있다. 마크롱 정권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안길 이번 대책으로 프랑스가 EU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상한 규정을 지킬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정적자를 대폭 늘린 예산안을 둘러싸고 EU와 갈등을 빚어온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프랑스도 제재하라면서 ‘물귀신’ 작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인 루이지 디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EU 집행위원회를 향해 “우리 예산안뿐 아니라 프랑스 예산안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프랑스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고안된 조치가 (프랑스의) 재정적자 폭을 넓힐 것”이라며 “EU 집행위원회가 모든 규칙을 적용한다면 프랑스에도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임 정부의 약속보다 3배 많은 GDP의 2.4%로 재정적자를 설정한 내년 예산안을 제출해 EU의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정부가 프랑스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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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이미 GDP의 131%에 이르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다며 당초 계획한 재정적자 폭을 줄이지 않으면 거액의 벌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이탈리아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 프랑스는 전날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전날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제시한 유류세 인상 철회,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 은퇴자 사회보장세 인상 백지화 등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연간 100억유로(약 1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내년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애초 GDP의 2.8%에서 EU가 강조해온 재정적자 3%룰을 훌쩍 뛰어넘는 3.4%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프랑스는 지난해 마크롱 행정부 출범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3% 아래로 낮추는 데 성공했으나 집권 1년 반 만에 또다시 재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EU 내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독일 보수매체 디벨트는 “마크롱은 유로화와 유럽을 구하는 파트너가 아니라 리스크 요인”이라며 “이는 독일에는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최악의 뉴스”라고 논평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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