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이름을 올리면서 단번에 국내외의 스타가 된 모델 한현민(17·사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에 그가 꼽혔다는 외신의 보도 직후 국내에서는 한현민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한 취재 경쟁이 달아올랐었다. 그리고 다시 1년 이제 그는 ‘대한민국이 다 아는’ 스타가 됐다. 모델 활동 외에도 ‘나의 영어 사춘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외국인’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뛰어난 ‘예능감’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는 당당한 모습이 언제 봐도 아름다운 한현민이다.
28일 서울경제신문 사옥을 찾아 인터뷰를 가진 그는 ‘책을 읽어 아름다운 한현민’이라는 또 다른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요즘 방송 활동을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그렇기는 한데 어렸을 때는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며 ‘독서광’이었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부터 꺼냈다. “제가 거짓말 안 하고 진짜 초등학교 때는 책을 많이 읽었어요.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나서 엄마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핸드폰을 안 사주셨어요. 할 게 없으니까 책을 많이 읽었죠. 보광초등학교 다녔는데,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서도 저를 알 거예요. 방학 때는 10시 정도에 일어나서 학교 도서관에서 3~4시까지 책을 보다 오기도 할 정도였어요.”
당시 그는 판타지 소설부터 역사, 스포츠 관련 서적은 물론 만화까지 수많은 책을 읽었다. 특히 그는 ‘인생의 책’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를 꼽았다. “‘해리 포터’는 정말이지 명실상부한 명작이고 제 가슴을 흔들었어요. 해리 포터, 헤르미온느, 론 위즐리가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사고뭉치잖아요. 친구들끼리 문제를 해결하고 모험도 하고, 우정도 사랑도 있잖아요. 친구들이랑 몰래 학교에서 장난치고 했던 것들과 비슷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소설에 등장하는 도구의 역사 등 정보도 많아서 계속 파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소설 속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으니 상상력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됐죠. 영화로도 봤는데 소설 속 디테일들이 다 나와 있지는 않아서 아쉬웠죠.”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로는 ‘불의 잔’을 꼽은 그는 신이 나서 ‘해리포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마치 ‘해리포터’ 박사처럼 그리고 여전히 어린 그이지만 ‘해리포터’를 마음껏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더 어린 시절의 한현민으로 돌아간 듯 말이다. “‘해리포터’는 양이 많아서 보통 한 권 읽는데 일주일이 걸렸지만, ‘불의 잔’은 3~4일 정도 걸렸죠. ‘불사조 기사단’도 되게 재미있게 읽었고요. 또 마법 주문도 막 따라 하고 그랬어요. 특히 해리포터가 자신을 공격하는 어둠의 유령 ‘디멘터’를 내쫓기 위해 수호신을 부르는 ‘익스펙토 페트로눔’이라는 마법을 친구들에게 장난칠 때 쓰고는 했죠.” 그는 촬영차 런던에 갔을 때 이야기도 들려줬다. “나중에 런던에 살고 싶었고 꼭 가보고도 싶었어요. 해리포터가 킹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에 들어가잖아요. 해외 촬영차 런던에 갔을 때 킹스크로스 역에서 기념사진도 찍었어요. 그 사진은 집에다 딱 붙여 놨어요.”(웃음)
세계가 먼저 주목한 한현민은 해외에 알리고 싶은 국내 작품으로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꼽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십대들의 누아르’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엄석대라는 캐릭터도 스토리도 흥미로웠어요. 책을 읽고 나니 학교에서 엄석대 같은 친구들도 보였고요. 어릴 때 읽은 것이어서 제가 정확하게 작품을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십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러니까 세상 이야기요. 자신은 없어요(웃음).”
한현민은 소설 외에도 위인전, 스포츠, 만화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으며 지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성장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키워왔다고 돌아봤다. “위인 중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가장 존경하고 위인전을 감명 깊게 읽었어요.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서 제가 야구를 하고 싶을 때는 베이비 루스에 관한 책도 읽었고, 스포츠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책들도 읽었죠. 올림픽 동계·하계 종목들을 봤는데, 지난 평창 올림픽 때 인기가 많았던 컬링을 저는 진짜 오래 전에 알았어요. 책을 보면서 정말 재밌는 종목이라고 생각했고 제가 남들보다 이 종목을 일찍 알았던 것에 대해 뿌듯하기도 했죠.”
그는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조선시대는 역사가 너무 복잡한 것 같고 고구려, 신라, 백제 등 역사는 제게 좀 쉽고 재미있어요. 박혁거세가 어떻게 태어나고 그런 역사 배우는 게 재미있었죠. 그리고 일제시대,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대, 5·18 광주민주화 운동 등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어요.”
예능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속 깊고 어른스러운 한현민을 만든 것은 그동안 그가 접해온 다양한 책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틈만 나면 도서관에 홀로 앉아 책을 읽으며 다양한 세계와 만났을 것이고, 마법과 같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나름의 세계관을 만들었을 것이다. 한현민은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은 시간도 없고 스마트폰 때문에 저 역시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독서는 정말 중요해요. 어린 시절 읽은 ‘마법천자문’ ‘궁금한 이야기 Y’ 등 모든 책들이 도움이 됐어요. 물론 만화책도요. 머리 식히는 데 정말 좋아요. 게임도 좋지만 게임을 할 때는 하더라도 책은 우리가 읽었으면 해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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