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팔 때 손익과 관계없이 무조건 매도대금의 0.3%(상장사, 비상장은 0.5%)를 떼어가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증시가 침체한 가운데 하락장에서 손실을 봐도 꼬박꼬박 내야 하는 거래세가 불합리하다는 투자자의 불만이 커지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거래세 폐지가 증시 활성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거래세율 인하나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거래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6조2,800억원에 달한다. 폐지 찬성 측은 이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거래세 부과는 부당하며 주식 양도세 대상자도 늘어난 만큼 장기적으로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거래세로 인한 주식거래량 위축영향은 미미하며 폐지할 경우 세수 부족 우려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증권거래세가 과세된 것은 지난 1963년부터다. 당시 증권거래세 도입의 주된 목적은 투기적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1971년에는 자본시장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폐지됐다가 1979년 세수를 증대하고 자본시장에서의 단기적 투기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다시 도입됐다. 이와 같은 증권거래세를 자본시장에 도입해 자본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자는 주장은 당초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936)에 의해 최초로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인스는 투기적 거래가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장기적으로 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거래세를 부과해 투기적 거래의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와 같은 증권거래세의 도입에 찬성하는 논자들은 증권거래세가 금융 부문의 단기적 투기거래에 과도하게 치우친 자산배분을 생산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실물 부문에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으며 시장참여자들의 시각을 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주식거래를 빈번하게 하는 자들이 주로 부유층이라는 점도 과세 공평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에 증권거래세를 반대하는 측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첫째, 펀드투자자와 같은 간접투자자들도 신탁형 펀드는 증권거래세가 부과되지 않는 반면, 회사형 펀드는 증권거래세를 부담하고 노년층의 경우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고, 투자기간이 짧아 증권거래세 부담비중이 높기 때문에 증권거래세가 과세 공평성의 증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증권거래세는 과세 대상이 국내 발행 주식과 지분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의 왜곡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가 과세되지 않는 금융상품을 찾거나 해외거래소 시장을 찾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증권거래세는 직접적으로 거래비용의 상승을 가져옴으로써 거래량의 축소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스웨덴 금융거래세 과세에 따른 거래량 변동연구(Campbell and Froot·1994)이다. 이들 연구에 의하면 스웨덴 시장에 1984년 금융거래세가 도입됐을 때 스웨덴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던 주식 11종류의 거래량이 60% 하락하고 런던증권거래소로 주식거래가 이동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 즉 한국·홍콩·일본·대만의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증권거래세가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Hu·1998)에서 1975~1994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홍콩·일본·한국에서는 유의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증권거래세를 폐지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증권거래세가 거래가액에 일정비율을 적용한 세금이 되다 보니 손실이 확정돼 담세력(조세부담능력)이 없는 투자자에게도 증권거래세를 과세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정부의 입장은 주식의 양도차익은 대부분 비과세되고 있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경우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해 연간 6조원가량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고, 양도소득세는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비과세의 범위를 점차 줄여나간다는 입장이다.
스웨덴이 1991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한 주된 것은 증권거래세의 세수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인데 한국은 이와 달리 최근 5년간 증권거래세(농특세 포함)는 4조~6조원을 유지하고 있고 주식거래대금도 1,400조~2,200조원에 이르고 있다. 법정거래세율을 0.1%로 인하하게 되면 증권거래세의 세수 감소는 연평균 3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으로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전면과세를 생각할 수 있으나 선행연구에 의하면 증권거래세에 비해 세수 안정성 측면에서는 실익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세수감소를 용인하더라도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금융시장의 구조개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증권거래세의 인하 내지 폐지는 쉽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투자자의 증권거래세 부담비율이 유가증권시장 50%, 코스닥시장 90%에 근접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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