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영국·독일·태국, 유럽연합(EU) 등과 릴레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 진척에 따른 인도적 지원 및 제재 완화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행보를 지지하면서도 북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가 열리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메이 총리, 메르켈 총리와 만나 “적어도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킬 경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고 그런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유엔 안보리에서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 중 한 곳이다.
문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의 회담이 총리의 발언 순서로 20분 만에 조기 종료되자 독일 및 태국 총리와의 회담이 끝난 뒤 아셈 본회의장에서 메이 총리를 다시 만나 15분간 추가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 회담 이후 연설을 준비하러 갔다가 정상들과의 기념촬영 시간을 놓치기도 했다. 메이 총리는 “문 대통령의 노력으로 한반도에 이전과는 다른 환경과 기회가 조성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확실한 CVID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에도 한·EU 자유무역협정에 준하는 무역관계를 이어가자는 데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EU 세이프가드 조치 제외를 촉구했다. 또 한국의 만성적인 대독일 무역적자 해소에 대해서도 관심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만나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내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서울 개최 계획이 공식 발표될 수 있도록 지지를 당부했다. 세부적으로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태국이 추진하는 ‘동부경제회랑(EEC) 인프라 개발 계획’ 및 ‘태국 4.0’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셈 연설을 통해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경제공동체,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이뤄나가겠다고 소개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인적·물적 교류 확대는 유라시아 전체의 평화와 공영에 기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윤홍우기자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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