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후보 낙마로 총장 공석 사태를 맞은 서울대가 차기 총장 선출을 연내 마무리 짓기로 했지만, 선출절차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이사회는 최근 차기 총장 선출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제도 개선은 총장 선출 이후에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사회의 이런 방침은 “차기 총장선출이 종료된 이후 총장선출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는 대학 심의기구인 평의원회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사회가 차기 총장선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학생과 일부 교수들은 차기 총장선출과 동시에 총장 선출제도 개선을 함께해야 한다며 총장 선출을 서두르기보다는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최종 총장 후보가 도덕성 논란으로 대통령 임명단계에서 사퇴한 것은 단지 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닌 총장 후보 검증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총장 공석이라는 비상시국을 빠르게 수습하는 것 못지않게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총장선출 제도를 신임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이사회에 요구했다.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역시 “일차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사장과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선출과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학내에서 의견이 맞서면서 서울대 구성원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기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비상사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도 조속한 차기 총장선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교수와 학생들의 평가를 받고 이사회에서 최종 선정된 성낙인 전 총장이 지난 19일 퇴임하면서 서울대는 박찬욱 교육부총장 직무 대리체제가 가동 중이다. 전임 총장이 임명한 부총장은 권한과 책임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 부총장이 차기 총장선출을 적극 주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박 부총장 역시 총장 후보 낙마 사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후보한 총장 후보 10명을 5명으로 추리고 정책평가를 거쳐 다시 3명을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한 기구는 총추위다. 총추위원 30명 중 25명은 평의원회에서 추천했고 나머지 5명만이 이사회에서 추천했다.
총추위를 사실상 평의원회에서 구성한 것이나 다름없는 탓에 부실 후보 추천의 화살이 평의원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수들로 구성된 평의원회가 사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 유일한 공식기구지만, 최종 총장 후보 낙마 사태의 1차적 책임이 있는 기구라는 점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총장 후보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는 현 총추위가 평의원회와 함께 차기 총장선출을 이끈다면 사태 책임을 묻는 학내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차기 총장선출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를 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민교협은 논의 과정에 여교수회·교직원·학생·민교협의 참여를,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는 비정규직 직원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총학생회 역시 검증 결과 공개와 학생 참여를 요구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양한 학내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들을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총장선출 과정에서 서로 양보하며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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