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으로 밝게 빛나며 별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화성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관심을 끌어왔다. 화성이 붉은색으로 보이는 것은 사람의 피가 붉은색인 이유와 같다. 사람의 피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포함된 철 성분이 산소와 결합해 붉은색을 띤다. 철이 녹슬면 붉은색이 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화성이 붉게 보이는 것도 화성의 표면에 산소와 철이 합쳐져 만들어진 산화철이 많기 때문이다.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의 행성에 고대인들이 ‘전쟁의 신(Mars)’ 이름을 붙인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동양 사람들은 화성의 붉은색을 보면서 붉게 타오르는 불꽃(火)을 떠올렸다.
밤하늘에 붉은색을 띤 것은 화성 말고도 많이 있다. 별이 수명을 다해 죽음에 이르면 표면이 팽창해 커지면서 온도가 낮아져 붉은색을 띠게 되는데 이런 별을 적색거성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여름철 남쪽 하늘에서 잘 보이는 전갈자리에 있는 안타레스(Antares)라는 별이다. 이 안타레스라는 이름도 화성과 연관돼 있다. 전쟁의 신 마스는 로마 신화의 이름이고, 그리스 신화에서의 이름은 아레스(Ares)다. 안타레스는 아레스에 필적할 정도로 붉은색을 띤다고 해서 아레스 앞에 대결을 뜻하는 접두어인 안티(Anti)가 붙어 만들어진 이름이다. 전갈자리는 황도 12궁 별자리 중 하나로 화성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안타레스는 화성과 주기적으로 가까이 만나게 된다. 아레스와 안타레스가 만나는 사건은 당연히 불길한 일로 여겨져 점성술에서는 이때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 예언은 대체로 맞았다. 전쟁은 항상 일어났기 때문이다.
화성은 약 26개월을 주기로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온다.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그해에 화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올 때를 기다려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측해 최초의 화성 표면 지도를 그렸다. 그는 화성 표면에서 여러 개의 긴 선들을 관측하고 이것을 ‘카날리(canali)’라고 불렀다. ‘틈새’나 ‘홈’이라는 뜻의 카날리는 영어로 ‘운하’라는 뜻의 ‘커낼(canal)’로 번역됐다. 당시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가 건설 중이었기 때문에 운하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지적 생명체가 인공적으로 만든 물길을 연상시켰다.
이 관측에 영향을 받은 미국의 사업가이자 과학자인 퍼시벌 로웰은 1894년 애리조나에 천문대를 건설하고 화성 관측을 시작했다. 로웰은 구한말에 일본과 조선을 여행하고 여러 여행기를 저술한 여행가이기도 했다. 그는 10년 넘게 화성을 관측하면서 화성 ‘운하’의 지도를 그렸고 이것은 화성의 지적 생명체가 만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로웰의 주장은 특히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1898년에 발표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은 화성에 호전적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대중적인 믿음을 더욱 강화시켰다. 화성인의 공격을 다룬 이 소설은 1938년에 미국에서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됐는데 화성인이 지구를 공격하고 있음을 알리는 드라마 속의 뉴스를 사람들이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엄청난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1953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이후 무수히 많은 외계인 침공 영화의 원조가 되기도 했다. 1996년에는 팀 버턴 감독의 영화 ‘화성침공(Mars Attacks)’의 소재가 됐고 2005년에는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돼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로웰이 봤다는 운하는 화성에 존재하지 않는다. 탐사선들이 직접 가서 관측한 화성의 표면은 거대한 협곡과 높은 산을 가진 황량한 사막과 같았다. 이런 지형이 화성의 표면에 밝고 어두운 무늬를 만든다. 지금은 작은 망원경으로도 이 무늬를 볼 수 있다. 2018년 7월31일은 화성이 15년 만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워지는 날이다. 기회가 된다면 작은 망원경을 하나 가지고 밖으로 나가보자. 마침 이날 밤하늘에는 밝게 빛나는 목성과 토성도 볼 수 있다. 토성의 고리와 목성의 위성을 살펴보고 로웰이 봤다는 화성 운하를 상상해보자. 한 번쯤 하늘을 볼 필요가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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