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혐의로 1심에서 지역 20년을 선고 받은 최순실씨 측이 첫 항소심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위해 부정 청탁한 게 맞다”는 박영수 특별검찰팀의 주장에 “묵시적 청탁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맞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2심, 이 부회장 상고심 등에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제3자뇌물죄 적용 여부는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2심 첫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이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묵시적으로 뭘 어떻게 청탁한다는 말이냐”며 “독대를 빙자해 가만히 앉아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이 텔레파시로 얘기하니 이 부회장이 ‘이거 도와줘야 되나’라고 생각했다는 식인데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특검은 항소 이유 설명에서 1심에서 단순뇌물죄로 인정한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뿐 아니라 영재센터 후원금, 재단 출연금도 모두 제3자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특검은 “승마지원과 영재센터·재단 지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단독 면담 이후 연속적으로 이뤄졌는데, 1심에서 왜 승마지원만 뇌물로 판단했는지 의문”이라며 “201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 이후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는 너무나 중요안 현안이었고 당시 이를 주시하던 야당과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특검이 주장하는 삼성의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모두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도 없었으며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도 박 전 대통령 직권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르재단은 전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며 “1심 재판부가 공소장에도 없는 구성으로 10년 이상 중죄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을 (판결문에) 적시한 것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나란히 재판에 참석했다. 특히 최씨는 상당히 건강한 모습으로 나와 자신의 집주소를 잘 기억하지 못해 버벅이다 웃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오전에는 직접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정에 나온 박 전 대통령 지지자 가운데는 재판부를 향해 “이미 (결론을) 다 정해놓았다”며 욕설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최씨에게 “힘내세요”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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