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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 미술관] 꽃,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5>'꽃과 사막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

‘20세기 미국의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화가

사진작가 스티글리츠의 눈에 띄어 유명세 치르게 돼

꽃 그림은 소더비 경매서 여성화가 최고가 기록 세워





안녕하세요 ‘한뼘미술관’ 독자여러분! 너무 오랜만이죠? 미세먼지에 뿌연 봄을 맞이하고 있지만 미술관 나들이에 딱 좋은 4월이 되었네요. 봄은 찰나의 계절이라고들 하는데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알찬 내용으로 준비해봤는데요, 오늘 소개할 작가는 ‘봄의 화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1887~1986)입니다.

200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녀의 작품 ‘붉은 아네모네와 칼라 백합’이 620만 달러에 거래돼 여성화가로서는 최고가 기록을 세웠는데요.(이 기록은 2014년 깨지게 됩니다)

사후 그녀의 집이 개방되자마자 예약 대기자 명단이 1년치에 달했을 정도였다니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이 되죠?

조지아 오키프


붉은 아네모네와 칼라 백합,1928


연작 1의 8번, 1919


피튜니아, 1925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가 처음 유명해진 것은 그림 때문이 아니라, 누드모델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전문 모델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모델을 했던 이유는 당시 유명 사진가이며, 갤러리 291을 운영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 때문이었는데요. 스티글리츠가 누구냐구요? 그는 사진작가이자 열렬한 현대미술의 후원자이면서 아무도 피카소의 진가를 인정하지 않던 시절에 이미 피카소의 작품으로 전시를 열었던 전무후무한 인물입니다. 스티글리츠는 당시 291갤러리를 운영하며, 새로운 미술을 뉴욕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티글리츠가 찍은 조지아 오키프, 뉴욕, 1918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오키프의 목탄 드로잉을 보게 되고, 큰 감명을 받게 되죠. “이제야 제대로 된 여류화가가 나타났다”고 말했을 정도로 극찬했다고 합니다. 그 후 스티글리츠는 오키프의 허락도 받지 않고, 작품을 자신의 갤러리에 전시합니다. 사실 예의에 크게 어긋난 일이었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크게 가까워집니다. 53세의 스티글리츠는 당시 자신의 작업실로 쓰던 뉴욕의 아파트를 오키프에게 작업실로 마음껏 쓰라고 내어줍니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것이죠. 후에 스티글리츠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우리는 서로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몇 년의 세월을 일주일에 모은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은 전에는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1924년 12월 11일 결혼식을 올리고, 평생의 파트너가 됩니다. 오키프가 30세가 되던 해에 말이죠.

흰독말풀, 1932




이 작품은 201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선 495억원에 팔렸습니다. 여성화가로는 또다시 최고가 기록이었죠. 이렇게 스티글리츠와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작업실에서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게 된 오키프는 그 길로 가방 하나 꾸려 뉴멕시코의 친구의 집으로 떠납니다. 뉴멕시코 여행에서 광활하고 거친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게 된 그녀는 화풍이 또 한번의 변화를 맞게 됩니다.

뉴멕시코, 1931


양의 머리와 흰 접시꽃 그리고 작은 언덕, 1935


캘리코 장미와 소의 두개골 , 1931


오키프는 사막이 많은 뉴멕시코의 자연환경에 영감을 받아 특이한 형태의 바위, 산맥, 동물의 뼈를 소재로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위 작품들이 꽃에 이어 오키프의 시그니처가 된 동물뼈를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작품에서 뭔가 허전함 점을 혹시 발견하셨나요. 아무리 봐도 작품에 작가 사인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림에 사인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얼굴에 사인하는 사람 봤느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그런 오키프의 그림은 말년으로 갈수록 단순, 평면화되고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띄게 됩니다.

파티오, 8번, 1950


달을 향한 사다리, 1958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얼핏보면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분위기가 풍기기도 하네요.

‘꽃을 사랑한 화가’ 오키프는 자신의 꽃 그림에 대해 나중에 이렇게 소회를 밝혔습니다. “아무도 제대로 꽃을 보지 않는다. 꽃을 볼 땐 시간이 걸리는데, 뉴요커들은 너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다. “내가 꽃을 거대하게 그리면 사람들은 그 규모에 놀라 천천히 꽃을 보게 될 것이다.” 연약한 꽃의 이미지를 확대해 압도적인 큰 캔버스에 표현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이번 주말까진 꽃샘추위가 이어진다지만 꽃구경하기엔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꼭 여의도 윤중로 벚꽃이 아니더라도 집 길목에 핀 이름 모를 꽃들에 마음을 뺏겨 보는 것은 어떨지. 오키프의 말을 천천히 한번쯤 되새겨 보면서 말이죠. 한뼘 미술관 다음회엔 또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푸른 신록의 계절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수진기자 ppo19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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