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 대상을 늘리는 것은 지난달 중순 내놓은 청년일자리대책이 엉뚱한 역풍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신규 채용자에게 800만원의 저축혜택을 몰아주다 보니 선배 직원들과 지원금 역전 현상이 빚어져 인력수급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둘러대더니 사태가 심각해지자 보름여 만에 보완책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워낙 지원금 격차가 벌어진 탓에 역차별 현상이 근본적으로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다. 내일채움공제 가입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청년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고용정책마다 부작용과 혼선을 드러내며 수시로 후속조치를 발표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도 부처에서 쏟아낸 보완책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명분에만 집착해 시장과 소통하지 않은 채 불쑥 정책을 내놓으니 땜질처방을 거듭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언제까지 세금으로 민간기업의 월급을 대신 챙겨줘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당국은 추경 재원을 여유자금으로 마련해 국가·국민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재정 정책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말이라고도 했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우리 정책당국자들만 애써 모르는 척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임기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대증요법으로 대처하다가는 고용시장을 더 꼬이게 만들 우려가 크다. 일자리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와 여권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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