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평가됐던 리먼 사태 10주년 되는 해다. 다행히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최근 경제지표는 장밋빛이다. 세계 경제가 골디락스(Goldilocks·성장·물가·주가 등 경제 각 부문의 동시적 호황)의 선순환을 맞고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3%대 성장이 예상되는 올해,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하는 이정표를 세운다. 2만달러 시대로부터 12년 만의 3만달러 시대 달성은 반도체 초호황과 원화 강세라는 특수요인 덕이 크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현 경기회복 추세는 펀더멘털 개선보다 ‘슈거하이(sugar high·고당도(高糖度))’ 포퓰리즘 정책과 주가 단기급등에 따른 자산효과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지난주 발표된 세계은행(WB)의 ‘2018년 세계 경제전망보고서’도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과 본격적인 민간투자 확대가 없으면 경기 확장세는 조만간 정점을 찍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3만달러 시대 진입은 도약의 기회지만 쇠락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미국·일본·영국 등은 5년 만에 3만달러에서 4만달러 시대로 뛰면서 선진대열에 올라섰던 반면,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은 3만달러 찍고 뒷걸음친 나라들이다. 실패 케이스의 공통점은 방만한 재정운영과 취약한 금융 섹터다. 경제가 몸이라면 금융은 심장과 혈관이다. 튼실한 금융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필수라는 뜻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세계 70위권 후진국 수준으로 평가한다. 물론 그런 부정적 평가에 무리한 측면은 있지만 국내 금융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우리나라 금융 선진화의 핵심과제를 생각해본다.
규제 환경의 합리적 개선이 우선이다. 금융은 대표적 규제산업이자 경제 시스템 리스크와 직결된 만큼 철저한 관리·감독은 당연하다. 다만 4차산업 시대의 패러다임 변혁기는 ‘더 많은(more) 규제가 아니라 더 나은(better) 규제’를 요구한다. 선별적 은산분리 완화는 좋은 예다. 금융의 사회적 책임이나 지배구조 개선도 당면과제이지만 경영 자율성 또한 존중돼야 금융산업의 발전이 가능하다. ‘경제가 정치라면 금융은 더 정치라서 문제’라는 얘기가 있듯이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역할 차이도 분명해야 한다.
핀테크 시대의 전문 인력과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한다. 금융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인재육성 못지않게 인재활용도 중요하다. 전문가적 식견과 판단을 존중해주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연기금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자산이 6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시장의 16%(국채의 3분의1), 주식시장의 7%, 주요기업들의 대주주인 최대 기관투자가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앞두고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시급한 이유다.
국민적 금융이해력을 높여야 한다. 건전한 근로의욕까지 훼손하는 작금의 가상화폐 광풍은 비정상적 쏠림현상과 성숙하지 못한 투자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시장 대비 50%나 고평가(김치 프리미엄)되고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되는 상황은 심각하다. 최악의 실업률과 청년들의 좌절도 이유겠지만 체계적 금융교육을 통해 투기적 ‘한탕주의’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금융이해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아시아 하위권으로 턱없이 낮다.
금융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나 금융 홀대라는 말이 사라져야 진정한 선진경제의 길이 열린다. 금융이 제대로 작동해야 효율적 자원배분이나 혁신적 벤처기업 육성도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 경제 도약도 역동적 금융에 달렸다. 실물과 금융이 모두 강한 미래 한국으로 나아가는 2018년 새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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