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신생아중환자실 실장 조수진 교수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거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 교수 측이 유방암과 정신질환 등 진단서를 제출했다”며 “변호인이 의견서를 제출했을 뿐 조 교수가 혐의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해 사실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16일 밝혔다. 조 교수는 지난 11월16일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의 관리 책임자로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조 교수는 이날 낮 12시 45분께 출석해 약 2시간 만에 청사를 떠났다.
조 교수 측은 해당 사건은 병원 전반의 시스템 차원에서 봐야 하며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의 변호인인 이성희 변호사는 “지금까지 수사에서 구체적인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며 “단순히 현장에 있었던 간호사와 실장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조금 그렇다(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가 항암치료를 받아오다 이번 사건 영향으로 우울증까지 왔다”며 “오늘 오전 항암제를 맞아 정상적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상반기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이날 정신위약 등으로 제출한 정신질환 진단서는 지난해 12월 말께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 측이 진술을 거부하면서 신생아들의 사망 과정에서 책임자를 규명하려는 경찰의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신생아들의 사인은 지질영양주사제 오염에 의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으로 드러났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신생아중환자실 최고 관리자인 조 교수를 상대로 관리책임을 다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재소환 일정을 잡아 조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조 교수 측은 신변상의 이유로 이날 조사를 거부했으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감안해 추가소환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출석에 앞서 조 교수는 관리·감독 책임 유무와 사건 당일 보고 체계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두형·오지현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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