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10시께 이뤄진 두 정상의 통화는 전날 오전8시30분에 이어 채 3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연결됐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적인 공식 일과시간이 개시되기도 전인 오전8시 무렵에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새벽에 기습 발사했던 전날에 비하면 30일에는 상대적으로 긴박함이 떨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신속히 핫라인으로 접촉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 상황을 다루는 데 있어 한국의 의사를 중시하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전날 한미 정상 통화도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린 지 불과 5시간 만에 이뤄졌는데 이는 두 정상의 공조가 굳건함을 뜻한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같은 모습은 8월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북한의 군사 도발 대응 문제를 주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8월7일이 처음이었는데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지 열흘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그에 앞서 7월4일에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했음에도 두 정상의 통화가 전무했다. 불과 3~4개월 전과 비교하면 한미 정상 간 대북공조를 위한 소통이 한층 신속하고 원활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정상이 이틀 연속 대응 방안을 논의할 정도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위험 수준으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은 화성-15형을 통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미 여섯차례의 핵실험으로 상당한 수준의 핵 능력 확보에 접근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숙제는 한층 높아진 북한의 위협 앞에서도 미국이 인내하며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함께 적극적으로 상황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라고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