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제 출당을 공식화했다. 옛 새누리당의 ‘1호 당원’이자 최대주주였던 박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홍 대표는 수개월 간 끌고 온 박 대통령 제명 문제를 매듭짓게 되면서 보수층 결집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이 한국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박근혜당’이란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한국당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보수진영 재건’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은) 한국당을 국정농단 박근혜당으로 계속 낙인찍어 한국 보수우파세력을 모두 괴멸시키려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한국 보수우파 세력들이 이렇게 허물어진 것에 대해 한국당 당원과 저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앞으로 깨끗하고 유능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당내 친박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을 법적·정치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대표는 “오늘로서 박 전 대통령의 당적은 사라지지만 앞으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제명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은 이날부터 당원 명부에서 지워지게 됐다.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결별하게 되면서 보수진영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른정당 통합파들의 세가 커질지 주목된다. 통합파들은 복당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을 요구해 왔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만 정리되더라도 복당 명분은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바른정당 통합파들은 오는 5일 열릴 의원총회를 끝으로 갈라서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파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5일 의총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들은 이르면 오는 6일 한국당 복당을 선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바른정당 자강파 일부가 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론을 주장하며 ‘보수통합’을 강조하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한국당과의 통합이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을 경우 복당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통합파들은 홍 대표와 친박이 대립하는 상황인 만큼 홍 대표를 도울 가능성이 크다. 이번이야말로 친박들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홍 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어 통합파의 지원이 필요하다. 당분간 친박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홍 대표가 통합파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홍 대표는 또 현재 진행 중인 당무감사와 커진 당내 영향력을 무기로 그동안 미뤄 온 당 쇄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신보수주의를 바탕으로 보수층 결집과 세 확산을 약속하고 당권을 잡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징계는 미뤄 친박 청산을 끝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홍 대표는 ‘서·최 두 의원의 징계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것까지 논의하면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서 논의하지 않았다”며 “시간을 두고 원내대표와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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