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귀에 작은 입을 갖춘 덕장형 정통 관료입니다.”
성윤모 특허청장이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로 있던 시절 함께 일한 후배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그의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산업부 내 대표적인 정책·기획통으로 깔끔한 업무 처리능력을 차치하더라도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 후배 관료들의 신망이 두텁다. 산업부의 한 공무원은 “관료 사회에서 업무 능력이 뛰어나면 인품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반대로 인품이 좋으면 조직 장악력이나 리더십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면에서 성 청장은 실력과 인품을 두루 갖춘 덕장형 관료”라고 회고했다.
지난 1990년 산업자원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올 7월 특허청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그의 27년 공직생활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책·기획통’이다. 그는 산업기술정책과·미주협력과·산업정책팀장 등의 요직을 거친 뒤 지식경제부 중견기업정책관과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로 복귀, 기획조정관과 대변인을 거쳐 지난해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부 출신 가운데 국무총리실 1급으로 승진한 것은 성 청장이 최초다. 특히 국무조정실 소속 당시 여러 경제 부처들 사이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원만하게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부담스럽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산업부 내 고시 선후배들 사이에서는 ‘3대 천재’ 중 한 명으로 성 청장을 꼽는다. 정책 기획력과 일 처리가 치밀해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는 동기 가운데 승진도 가장 빨랐다. 한 후배 공무원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기획하는 능력은 물론 추진력까지 있어 부처에서도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며 “부처를 떠난 것에 아쉬움을 표한 후배들도 일부 있지만, 특허청장으로 영전해서 간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특허청을 잘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 청장은 2001~2003년 일본 경제산업성 파견과 함께 2009~2013년 주(駐)스위스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는 등 타 부처는 물론 해외 근무 등 다양한 근무경력이 강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빅데이터·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 발전의 가속화로 글로벌 지식재산권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근무를 통해 익힌 글로벌 감각은 특허청장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공부하는 관료’로도 유명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바쁜 업무에도 시간을 쪼개서 글쓰기에도 힘써 ‘기술중심의 산업 발전 전략(1992년)’ ‘산업기술정책의 이해(1995년)’ ‘한국의 제조업은 미래가 두렵다(2003년)’ ‘유럽을 알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2012년)’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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