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성공적인 초연 무대를 가졌던 뮤지컬 ‘아리랑’은 조정래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일제 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아름다운 음악과 미니멀리즘한 무대로 담아냈다.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노래 아리랑을 부르겠다는 각오로 김성녀 및 안재욱을 필두로 42명의 초연 멤버 중 31명이 다시 뭉쳤다. 상업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응집력과 조직력을 뮤지컬 ‘아리랑’은 보여주고 있다.
“창작 뮤지컬이 잘 됐으면 좋겠고, ‘아리랑’은 잘 됐으면 아닌 꼭 잘 되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최근 한남동에서 만난 안재욱은 ‘아리랑’ 애찬론자로서 숨길 수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모든 이야기는 ‘아리랑’에서 시작해서 ‘아리랑’으로 끝났다.
“저희 ‘아리랑’이 잘 돼서 제작사인 신시컴퍼니가 돈을 벌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은 없어요.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에 ‘아리랑’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으면 해요. ‘아리랑’은 ‘내것’라는 마음이 커요. 저 뿐만이 아닌 앙상블이고 누구고, 김성녀것. 안재욱것. 이소연 것 이렇게 우리 모두의 작품이라는 마음이 강해요. 제가 했던 ‘황태자 루돌프’ ‘잭더 리퍼’ 땐 그러지 못했어요. 그게 근본적으로 다른 마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안재욱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관객이라면 과연 이걸 보러 갈것인가?’의 여부다. ‘아리랑’은 ‘무조건 보러 간다’ 쪽이었다.
“배우 인생에 모든 자존심을 걸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아리랑’은 100이면 100 모두 다 좋아할 수 밖에 없어요. 다만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창작 뮤지컬을 외국의 작품과 섣불리 비교하는 일은 없었어면 해요. 뮤지컬 레미제라블, 노트르담드파리, 지킬 앤 하이드는 많은 분들이 좋아했고, 계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에요. 그런데 뮤지컬을 몇 번이나 봤다고 이것은 재미있었는데, 이건 덜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런 잣대는 의미가 없어요. 그럼 앤드루 로이드 웨버랑 고선웅 연출을 비교하라고 할까요. 고선웅이 자꾸 해야 앤드루 로이드 웨버처럼 되는 거 아닌가요? 먼저 그런 기회를 주고 평가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봐요. 더 짜임새 있게 만들 기회를 줘야죠.”
뮤지컬 컴퍼니 대표들과 미팅시 안재욱이 강조하는 말은 ‘재연시 초연과 똑같은 공연을 만들지 말라’고 말하는 것.
“창작 뮤지컬 재연 공연 때 똑같은 공연을 하지 말라고 말해요. 그럴거면 왜 같은 가격을 받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잖아요. 의상, 무대, 혹은 소품 하나를 바꾼다 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재연을 한다고 해서 새로운 관객만 보러 오는 게 아니잖아요. ‘이런 게 달라졌구나’란 이런 꺼리라도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어야 해요.
이전에 EMK 뮤지컬 컴퍼니 엄홍현 대표랑 이야기 했던 게, 일본의 어느 극단은 초연 세트를 다 없애버린다고 하더라구요. 엄대표가 거기에 쇼크를 받고 재연 공연을 올리는 마인드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끼고 왔대요. 그렇게 변화해야 발전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아리랑’도 초연 때 했던 영상이나 안무 등 많은 부분이 새롭게 수정이 됐어요.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해요.“
칭찬에 인색한 공연계에 서운함을 표한 안재욱은 “지적질만 하려고 하면, 제작자든 배우등 더 잘 하려고 했던 의욕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엉덩이를 툭툭 쳐주면 더 힘이 나 잘 할 수 있어요.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 ‘벤허’ 등이 만들어주고 재연 되는 걸 보면 너무 좋아요. 자꾸 만들라고 격려하고 싶어요. 창작작품을 보고 안무, 무대, 조명 등 스토리가 왜 이따위야? 라고 평할 순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누군가 만들어놨으니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창작 뮤지컬 제작은 흔히 말하는 가시밭길이라고 해요. 라이선스를 사다가 올리는 게 편하고 좋죠. 하지만 누군가는 그걸 기꺼야 해야합니다. 편한길만 가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분들이 있어 우리 뮤지컬이 발전되고 있어요.
‘런던에 직접 가서 공연을 보시지 못하니, 한국에 라이선스로 사온 공연을 즐기세요’ 이런 마인드 자체가 잘못 됐다는 거죠. 우리 뮤지컬도 해외로도 나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먼저라고 봐요. 우리 ‘아리랑’ 배우들과도 이야기 했는데, 진짜 일본 도쿄 한 복판, 미국 뉴욕 한 복판 가서 ‘아리랑’을 하고 싶은 게 진짜 우리 꿈이에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쇼맨십으로 보여주기식 공연이 아니라 진짜 해외로 나가서 제대로 공연을 올리고 싶어요. “
안재욱은 창작극에 대한 애정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아리랑’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은 단 한명에게라도 공연을 더 알리기 위한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그는 책임감과 애정으로 한걸음에 인터뷰 현장으로 달려왔다.
“새로운 작품을 세상에 내 놓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욕도 먹어가면서 다듬어가는 게 맞는 거죠. 누구나 주저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죠. 무언가 꺼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제점을 이야기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속상해하지 말아야 해요. 받아 들일 건 받아들여야해요. 사실 ‘캣츠’라는 뮤지컬 처음 만들 때 개로 할지 고양이로 할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을까요? ‘독스’ 로 하려다 뭔가 더 와 닿으니까 ‘캣츠’로 정했겠죠. ‘아가씨와 건달들’ 또한 ‘아가씨와 양아치’로 할지 또 다른 제목으로 할지 고민했겠죠. 다 처음엔 고민이 많아요. 그러다 계속 발전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게 돼요.
‘아리랑’이 말도 안 되는 작품이었으면 이런 인터뷰도 절대 안했죠. ‘아리랑’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 할 정도로 꺼리가 되니까 감히 인터뷰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너무 절실한 제 마음이 전달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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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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