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재판을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되고도 적극적으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삼성 임원들에 대해 “증언거부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단순한 진정성립이나 증인들이 스스로 유리한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실은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냈다. 진정성립이란 증인이 법정에서 수사기관이 공개한 조서 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것과 같은지 확인하는 절차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정당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검찰의 주장을 물리쳤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이 자신의 진술조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이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유죄가 될 수 있는 사실을 진술·자백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진정성립에 대해서도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증인들이 유리한 증거라고 주장하는 정유라씨가 탔던 말 ‘라우싱1233’을 국내에 반입한 경위 역시 검찰이 법정 신문을 통해 다시 탄핵할 수 있다”며 “증언 거부 대상”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부회장은 검찰의 모든 질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부회장은 “진실 규명을 위해 성실하게 답변드리고 싶은 게 본심이지만 원활한 재판 운영에 도움을 못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말께부터 약 1년간 100여회 연락을 취했는데 전화통화는 지난해 2월16일 오전 265초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문자였다”면서 “이날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다음날이면서 최 회장이 대통령과 만나기 직전이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고 이 부회장을 압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왼쪽 발가락을 다친 것이 악화돼 이날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1년5개월여 만의 대면도 무산됐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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