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금융위기’ 시대의 달라진 국제적 양상을 축약해 보여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지난주 말 마무리됐다.
금융 자본주의의 패권에 금이 가며 부쩍 힘 빠진 미국이 자국 보호주의로 선회한 사이 주요국들이 헤게모니 경쟁에 가세하며 각자의 목소리만 키워 국제 공조의 난맥을 여실히 드러낸 자리였다.
이견 조율이 어려워질수록 주목받는 것은 기본에 근거한 실용주의다. 프랑스의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적 관습과 파벌에서 벗어난 특유의 실용성으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가 아직 집권 초기임에도 ‘프랑스가 살아났다’는 평가와 함께 국제적 기대를 받는 것은 특유의 노사문화 등 자국에서 관습화된 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신당까지 차릴 정도로 당파적 성향에서 벗어난 자기 점검을 더해 합리적 대안들을 도출한 때문이다.
갈 길 바쁜 한국의 새 정부에도 이러한 교훈은 유용할 것 같다. 당파나 일부의 이익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와 미래를 위해 때로는 자기 것까지 과감히 덜어내는 ‘기본’을 갖출 때 사회적 공감대라는 국민적 지지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당면과제 중 하나인 교육 문제만 보더라도 ‘돈으로 학벌을 사는 사회’라 회자될 만큼 환골탈태의 개혁이 요구되지만 모두의 목소리와 입장이 이미 엉킬 대로 엉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수목적고교인 과학고등학교의 경우 외국어고교와 달리 모두 국공립이지만 학비는 일반고의 2~3배다. 또 입학하려면 영재교육원 등 특수 사교육을 거쳐야 한다. 의대 입학률이 줄었다고 자랑하지만 이는 과학고가 급격히 늘어난 때문으로 예전의 과학고 숫자인 영재학교 졸업생들을 보면 태반이 의대행이다. 게다가 인문계 일반고교의 교육이 무너진 시점은 고교 입학을 위한 연합고사 등이 사라지고 사실상 모두가 원하는 고교에 가게 된 진보정권 당시와 그리 멀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실종’된 대선공약인 학원 선행학습 철폐 등 없이 고교만 바꾼다고 달라질 문제도 아니다. 결국 기존의 제도와 당파적 이념에 메스를 가하는 근본적 대안 없이는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뿐 어떠한 개혁도 이뤄지기 힘들다.
이는 글로벌 4강 사이에서 조율해야 할 난제가 어느 때보다 많은 ‘외치’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모두가 목청을 높일 때 동의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힘은 원칙과 상식·일관성에 근거한 자기주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7개국(G7)이 아닌 G20이 글로벌 문제를 의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금융위기 때가 최초다. 선진 공업국과 신흥 자원국으로 구성된 G20에서 신흥국이면서도 자원 부국이 아닌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영원한 1강처럼 보이던 미국이 퇴장 신호를 보내고 있는 지금, 기본으로 돌아가 모두를 껴안는 합리적 대안으로 국제사회에 ‘또 다른 길’을 내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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