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렸던 내용이다. 스텐퍼드대학의 심리학과 대학원생인 엘리자베스 뉴턴은 한 사람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박자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고 다른 사람은 그 소리를 듣고 음악을 맞추는 게임을 실험한다. ‘두드리는 자와 듣는 자(Tapper and Listener)’라는 실험이다.두드리는 사람에게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같이 누구나 아는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려주고 박자와 리듬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게 한다. 듣는 자는 이를 듣고 무슨 노래인지를 맞추면 된다. 모두 120곡 정도의 노래를 들려줬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두드리는 사람은 50% 정도가 정답을 맞췄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제목을 맞춘 노래는 단 3곡 뿐이다. 정답률이 3%도 안된다. 50% 가량 맞췄을 것이라는 예상률과 3%도 안되는 정답률, 이 차이가 바로 최고경영자(CEO)와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류라는 게 이 실험의 요지다.
어느 기업이든 최고경영자(CEO)들은 다양한 비전과 경영이념을 설파한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담은 만큼 구성원들이 이를 이해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구성원들에겐 단지 탁자 두드리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면 오해가 발생하고 실행에 문제가 생긴다. 개혁이나 경영목표가 겉돌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경영비전 설정도 이런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페이스북은 창업 때부터 세상의 연결만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더욱 열리고 연결된 세상을 만들자’를 기업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성장했다.
하지만 테러와 총격, 살인 등 심각한 범죄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여과 없이 생중계되는 등 연결이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심화하자 최근 경영비전을 바꿨다. ‘세상을 더 가깝게(bring the world closer together)’. 인터넷을 통한 연결이라는 기존 가치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 화합을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0년 동안 세계를 개방하고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돕기만 하면 세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세계가 분열됐다. 페이스북은 세상의 연결뿐 아니라 세상을 더 가깝게 하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없이 두드려도 듣는 자가 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면 거기서 일을 멈춰야 제대로 된 CEO다. 아무리 멋진 비전과 실천방향이 제시돼도 구성원이 먼 나라 얘기로만 받아들인다면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는 것이 병이 되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만큼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새 정부 들어 수많은 개혁정책들이 휘몰아치고 있지만 이를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는 지는 의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 상향과 탈원전, 교육개혁 등이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게 이를 말해준다. 새 정부는 양극화 개선과 시대흐름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소리 높여 외치지만 반대 목소리도 크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문제는 더 심하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찬반양론이 심하다.
이를 해소하려면 개혁 방향이 맞더라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설득하고 공감대를 갖춰가는 게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개혁도 겉돌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개혁이 두드리는 대로 국민들에게 이해되고 있는 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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