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일 “북한의 도발에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확고한 미사일 연합대응태세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 군 당국은 문 대통령의 제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의에 따라 이날 미사일 사격 훈련을 벌였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말과 조치는 북한과의 대화 시도를 미루고 압박과 제재 중심의 대북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선언에 대해 공식성명을 내고 “미국은 더욱 강력한 조치로 북한의 ICBM 시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노동자를 초청하거나, 북한 정권에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주거나, 유엔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위험한 정권을 돕고 방조하는 것”이라며 중국을 간접 경고하는 동시에 세컨더리보이콧 실행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6일 독일에서 열리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대북 압박 내용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이날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전 세계에 발신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도발에 따라 당초 원고를 대폭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 주장이 나오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 연합 무력시위를 지시했다. 이에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측의 동의를 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높게 평가하고 공감한다”며 전격 찬성했다.
이에 한미는 동해안에서 한국군 현무-2, 미군 에이태킴스(ATACMS ) 지대지 미사일 사격 훈련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누란의 위기다. 발걸음이 무겁다”고 서울공항에 환송 나온 여권 인사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민병권기자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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