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제력 세습과 무관한 기부 목적의 주식 증여에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취지다.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 창업자인 황필상(70)씨는 2002년 177억원 상당의 수원교차로 주식 90%와 현금을 기부해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에 대해 수원세무서는 “주식 기부가 현행법상 무상증여에 해당한다”며 재단에 140억4,193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장학재단은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황씨와 수원교차로를 관련법에서 정한 ‘특수관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자와 특수관계인 기업의 주식 5% 이상을 출연받은 경우 초과분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익재단 설립을 위한 편법증여를 막기 위한 것인데, 이번 경우는 ‘순수한 기부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1,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황씨의 주식 증여를 “증여세 회피 의도로 보기 어렵다”며 장학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황씨와 재단은 특수관계”라며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황씨 등이 재단을 실질적으로 설립한 것으로 볼 수 있어야만 재단의 보유주식을 합산해 최대주주가 될 수 있어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데 원심은 그런 사정을 살피지 않고 잘못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식을 출연한 사실이 인정돼도 재단의 정관 작성, 이사 선임 등 설립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더 면밀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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