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측근인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로부터 ‘저 위에서 한국이 정리되고 조용해지면 들어오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사실이라고 답했다. 맥락상 ‘저 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추정된다. 김 전 대표는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화하던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최씨의 물건을 챙겨 독일에 피신한 최씨에게 전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당시 최씨에게 “뉴스에서 나오는 국정농단 의혹이 사실이냐, (기업에서) 받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최씨가 “삼성에서 5억원 지원받은 것밖에 없다”고 소리쳤다는 게 김 전 대표의 증언이다. 최씨 측은 이 같은 증언을 부인했다. 김 전 대표는 “다시는 최씨를 만나지 않게 해달라”는 말도 검찰 조사 당시 했다고 한다.
한편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덕(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사실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책임을 돌렸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기억에 반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김 전 장관은 정치·이념 편향성이 있는 예술에 대해 제한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신념이 있었다”며 “물론 신념이 있어도 (블랙리스트 작성에)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은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은 반정부 성향이라고 점찍은 문화계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어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은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시키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책임은 회피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윗선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종혁·변수연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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