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년 넘게 일하면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정년을 초과한 고령의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에는 예외로 정규직 등으로의 전환이 어렵다. 하지만 이번 판시는 이들의 일정한 고용 안정을 위한 법적 보호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판결이어서 의미가 있다. 계약 갱신 기대권을 고령의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서도 인정한 것이다.
과거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계약 등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근거 규정이 있거나 근로 관계 갱신에 대한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다면 기간 만료에도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면서 “기대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되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판시했다. 또 신뢰 관계 형성에 대해서는 “계약 갱신이나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근로자의 기대·신뢰가 사용자의 행위에 의해 유도됐고 근로자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용자의 유도 방향으로 상당 기간 일정한 행위를 했다면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는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을 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판결은 고령의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갱신 기대권에 대해 직무수행 능력과 업무수행 적격성,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문제가 된 사안은 고령의 기간제 근로자가 계약기간 종료에 따른 퇴직 조치에 대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발단이 됐다.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기간 만료에 의한 퇴직이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행정법원 등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계약 갱신 기대권의 인정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는 몇 가지 사실 관계에 기초했다. 계약서에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고 골프장은 근무태도 등의 평가 없이 근로계약을 묵시적으로 갱신해왔다. 또 해당 코스 업무가 골프장 운영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의 원고들에게 계약 갱신 기대권이 있다고 보고 계약 연장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골프장 측으로서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정당한 직무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 근로자는 근무 상태가 양호했다면 기간 만료에도 계약 갱신 기대권을 근거로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대한중재인협회 수석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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