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리더십의 위기로 벼랑에 몰려 있다. 독재자 김정은은 백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는커녕 경쟁자로 우려되는 권력자들을 잇따라 처형해나가다 고모부에 이어 자신의 이복형마저 죽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가 언제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세계대전으로 발화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았지만 남한에서는 탄핵정국으로 리더십의 공백에 처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의 멍에에 갇혀 있다 끝내 국정농단의 공모자 혐의를 받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새로 선출된 정부는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할까. 리더십의 근원에 대해 깊이 연구해온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부터 두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철학의 힘(김형철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과 ‘한비자(김원중 번역, 휴머니스트 펴냄)’다.
김 교수는 연세대 철학과, 미국 볼링그린주립대 석사, 시카고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국철학회 사무총장, 사회윤리학회장, 연세대 리더십센터 소장, 세계철학자대회 상임집행위원을 역임했다. 특히 연세대 베스트 티처로 선정됐고 대한민국 최우수 인문학 강의 교수상을 받는 등 명강사로 유명하다.
‘철학의 힘’은 그가 개인의 삶 속에서, 가족 관계에서, 비지니스 현장에서 마주하는 구체적인 21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지를 철학자의 시선으로 고민하게 해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철학인 가치의 힘이 결국 평생 함께 갈 가장 소중한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김 교수는 책에서 “돈을 버는 데 시간 쓰느라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죽는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이제껏 우리는 ‘빨리빨리’만을 외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방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그는 “사춘기 때 수많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 후 정답이 없다는 쓸쓸한 결론을 내리고 달려왔지만 이제 그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 교만해지거나 허무하지 않도록 나아가 삶의 목적을 스스로 찾아가는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라고 얘기한다.
‘한비자’는 한(韓)나라 출신으로 비주류의 처절한 아픔을 겪은 한비자가 집필한 책이다. 사방이 적국으로 둘러싸인 조국 한나라가 약소국의 비애와 굴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법가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주론과 제왕학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진시황에 의해 읽힌 뒤 중국의 통치술에 관한 고전으로 널리 읽혔다.
김 교수는 ‘한비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과 소중히 따라야 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양면성을 가졌다고 강조한다. 일벌백계하고 부하를 엄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은 21세기 비지니스에서 해서는 안 될 일들이지만 법과 규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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