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소재 고교·대학을 다닌 김모(24)씨는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면서 군 생활 중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를 목격했다.
김씨의 제보에 따르면, 부대 내에서 운용하는 캔 자판기를 관리하는 간부 A 상사가 1년 이상 자판기 캔 음료의 가격을 군 마트(PX) 판매 가격보다 50원 씩 올려 가로챘다.
김씨는 A 상사가 PX에서 팔지 않는 음료만 자판기에 넣어 가격을 올린 사실을 병사들이 알지 못하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A 상사는 군 자판기와 관련해서 국군복지단 재산으로 관리를 해야 하지만 정보본부의 부대 특성상 복지단의 지역별 직접감사가 부대에 출입할 수 없는 점을 악용했다.
김씨는 군 복무 중에 병사 입장에서 해결책이 없었지만 지난 10월 제대한 후 이같은 부조리를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전역 후에 이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확인한 결과, A 상사의 행위는 ‘업무상 횡령 내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듣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김씨는 “A 상사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며 “부조리를 알고도 그냥 넘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캔당 50원 씩 더 받는 것이 어떻게 보면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면서 “하지만 액수를 떠나 분명한 횡령 아니냐. 병사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라고 밝혔다.
23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횡령 의혹을 받은 A 상사가 지난 1년 동안 자판기 판매로 약 40여만원의 금액을 부당하게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김씨는 민원 접수 이후 사건을 이임 받은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회피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수사에 들어가면 부대에서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민원 내용에 ‘절대로 모 부대 감찰실 등에 사전 통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며 “하지만 사건을 이임 받은 국방부 검찰단은 형사 위반 사항이 있는 내용을 자체 검찰 기능이 없는 정보본부로 할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A 상사의 횡령 혐의가 상당한데도 국방부 검찰단은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 자체를 기피하고 직무를 유기했다”며 결국 진정을 취하하고 민간 검찰인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이를 고발했다.
김씨는 “군이 제대로 수사에 착수해 줄 것이라고 믿은 내 생각이 짧았다”면서 “혐의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처벌하지 않는 것을 보며 군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고 한탄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수사를 기피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민원인 입장에서는 관련 건이 재배정되는 상황에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수사기피로 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A 상사는 “병사들이 자판기를 자주 고장 내서 경각심을 주고자 자판기 음료 가격을 올려 받기 시작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세영인턴기자 sylee23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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