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날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 제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직자들의 집단 사표를 받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문체부 내부에선 이 사건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실장에게 지목된 6명 중 3명은 결국 공직을 떠나기도 했다.
검찰은 또한 김 전 실장이 최씨의 측근인 CF감독 차은택씨, 차씨와 가까운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만났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차씨는 최씨 지시로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김 전 실장은 최씨는 모르고 차씨를 만난 것도 박 대통령의 지시라고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눈감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직무유기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2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을 압수수색해 우 전 수석이 최씨 일가와 연루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비위를 파악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기관보고에서 김 전 차관이 최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가 대한체육회 대신 광역스포츠클럽 운영권 등을 독점하도록 문체부 비공개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도 밝혔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5월 문체부 산하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자신의 지인이 재직 중인 미국 조지아대를 해외연수 기관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하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받고 있다.
국정조사에서는 김 전 차관이 최씨 조카 장시호씨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2,800만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영재센터는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규혁씨 등을 내세워 설립한 곳으로 최씨와 장씨 측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각종 이권을 노리고 기획 설립한 법인이라는 의심을 샀다.
이 밖에도 김 전 차관과 장씨는 올해 4∼6월 한국관광공사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관계자를 압박해 영재센터에 2억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장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가보조금 7억1,683만원을 받아 가로채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허위 용역대금을 내는 방법 등으로 영재센터 법인 자금 3억1,832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최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도 혐의가 드러나 검찰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수·진동영기자 br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