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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기를 이끌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리더 50 | 7위 사반지 홀딩 회장 귈러 사반지

총기를 잃지 않다: 귈러 사반지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4년부터 터키 대기업 사반지 홀딩을 이끌고 있다.




터키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사반지 홀딩 Sabancı Holding의 회장 귈러 사반지 Guler Sabancı는 올해 초 연례 주주서한에서 2016년 전망이 밝을 것이라며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그녀는 “터키-유럽연합의 관계 회복”과 “2016년 터키가 마주할 엄청난 기회들”을 그 근거로 꼽았다.

그러나 불과 6개월 후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 7월 쿠데타 실패로 터키는 현재 국가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학자와 터키항공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8만 명 이상이 공직에서 퇴출됐다. 대규모 숙청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터키는 그 와중에서 지역 난민 문제, 주요 도시와 남쪽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치명적인 테러공격과 계속 씨름하고 있다. 터키의 화폐 리라의 가치는 2015년 1월 이후 21%나 하락했다. 밖으로는 더욱 폭넓게 확대되는 글로벌 변동성과 맞물려, 사반지는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스탄불에 기반을 둔 사반지 그룹은 금융, 산업, 소매, 에너지 분야에 걸쳐 176억 달러 규모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거대 기업집단이다.

16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반지 그룹은 현재까지는 사업을 잘 유지해나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올 상반기 매출은 자국 통화 기준 22%, 이익은 11% 증가했다. 가족경영 기업의 3세대 리더이자 포춘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2016년 7위)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귈러 사반지는 터키의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사반지는 8월 중순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엄청난 회생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화기애애하면서도 항상 맹렬히 정진하는 스타일이다. 올빼미 스타일의 둥근 안경을 끼고 멋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귈러(61)에게 ‘혼란’은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귈러는 38년 전 대학 졸업 후, 다섯 명의 삼촌이 경영하던(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때 별세했다) 가족 기업에서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사반지 그룹은 섬유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귈러는 신생 타이어 업체 라사 Lassa에서 근무하기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기업과 함께 커가고 싶었다”며 “고무냄새가 아주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1980년 일어난 쿠데타가 그녀의 계획을 거의 수포로 만들 뻔했다. 반란으로 환율이 요동치고 수입 제한이 거세지면서 회사 경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자 라사는 파산 위기에 몰리기까지 했다. 특히 사반지가 담당하던 해외 원자재 수입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회복하는 데만 3년이 걸렸지만, 현재 사반지는 당시의 역경을 가장 값진 경험으로 여기고 있다. 그녀는 “위기 관리법을 직접 배울 수 있었다. 그때 팀에서 얻은 교훈은 항상 내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되어왔다”고 강조했다.



사반지는 항상 도전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녀는 1987년 터키에 강철 끈(steel-cord) 공장을 짓기 위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합작 투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노력은 가족 비즈니스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사반지는 “우리는 통제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며 “삼촌이 ‘어느 업체가 보스가 되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프로젝트 자체가 보스’라고 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터키가 1990년대 세계 무대에 등장할 때에도, 그녀는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귈러는 2004년 삼촌 사키프 Sakip 사망 후, 가족 투표에서 수많은 남성 인척들을 제치고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어 사반지 홀딩 회장에 올랐다. 당시 터키에는 여성 회장의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괄목할만한 진전이었다. 귈러의 ‘최초’ 타이틀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사반지는 1994년 대학을 설립해 자선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터키의 복잡한 정치 세계를 헤쳐나가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었다(민감한 분야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터키 발전을 위한 경제 대사로 앞장 섰다). 싱크 탱크 채텀하우스 Chatham House의 터키 전문가 파디 하쿠라 Fadi Hakura에 따르면, 이는 사반지 가문의 전통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는 “사반지 가문은 지난 50년 동안 모진 풍파를 견뎌내왔다”며 “이 집안은 터키 정계를 지배하는 변동성에 대응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처법은 요즘처럼 특별히 위험한 상황에서 조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반지는 “우리는 여전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터키의 전망이 밝다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으며, 우리는 말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있기 전 주말, 사반지는 터키 총리와 함께 복합 정통 기술 센터(Composite Technologies Center of Excellence)-더욱 혁신적인 R&D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 프로젝트-개관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사반지는 올 여름 쿠데타 실패로 불거진 국가 통합 문제에서도 실낱 같은 희망을 보고 있다. 그녀는 ‘지금이 개혁을 단행할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터키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비판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쿠데타 이후 숙청 문제에 관해선 서구 언론의 편향 보도를 비난할 뿐, 대체적으로 함구했다. 그러나 쿠데타 시도 자체에 관해선 명백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사반지는 “터키로선 나쁜 기억이다. 이젠 그냥 나쁜 기억만으로 계속 남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다시 한번 그녀의 위기관리 능력이 발휘돼야 할 때가 왔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KA F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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