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패션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패션마케팅 관련 강의를 한 적 있다. 필자가 가진 지식과 현장 경험을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많은 시간을 공들여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강의 전 리허설까지 할 정도로 가르치는 일에 몰두, 새롭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가르치는 일은 회사 일로 바쁘게만 달려왔던 필자의 패션 인생을 점검하고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그간 경험에만 그쳤던 일들을 정리하면서 평소 인지하지 못했지만 마음속 깊이 잠재하던 것을 깨달았다. 바로 ‘가르치는 것이 곧 배우는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패션산업 관련 과목을 맡았을 당시, 현업에 대해 탐구하려는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패션 분야 산학협동을 활성화해 학생들의 산업 현장에 대한 배움의 갈증을 해갈하고, 기업 역시 학교로부터 우수한 인력과 다양한 기술을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패션은 그 어느 분야보다 산학협동이 절실한 분야다. 산학협력은 패션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인재 양성과 신산업 창출에 기업과 학교가 함께 기여하는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산학협력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기반으로 정보·지식을 교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패션 현장의 실무 사례를 표본 삼아 연구하고, 기업은 학계의 연구자료를 응용해 실무에 반영한다면 우리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성공적인 산학협력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현장 정보에 목마른 학생들을 위해 경험이 풍부한 현업 전문가들이 멘토로 나서 강연·세미나와 같은 지원을 더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또 패션기업·학교 간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유럽 패션 브랜드들과 정기적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패션 인재를 발굴하는 영국 왕립예술학교가 대표적이다. 영국 세인트마틴이나 미국 파슨스도 현업 디자이너가 졸업작품 컬렉션에 참가해 눈에 띄는 작품을 상품화하는 일도 다반사다. 학교는 졸업생의 사회진출을 돕고 기업은 우수한 패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산학협력 성공사례다. 지금은 전설이 됐지만 패션계 악동으로 불렸던 알렉산더 매퀸의 세인트마틴 졸업 작품을 유명 스타일리스트 이사벨라 블로가 몽땅 사들였다는 일화는 천재 디자이너의 탄생을 알렸던 신화이자, 산학협력을 통해 인재를 발견한 대표적 사례다. 장기 침체 속 국내 패션산업의 발전을 위해 학생들에게는 현장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과 사회는 일찍 인재를 발굴해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 산학협력은 양측의 가교가 돼 긍정의 시너지와 에너지를 꽃피우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산학협력을 위해 패션업계 종사자들과 학계 관계자들의 관심과 환경적 뒷받침은 필수적일 것이다. 인재는 뽑는 것이 아닌, 육성하는 것이다.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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