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국내 증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의 실적호전과 배당 기대감에 견조한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SK가 자회사 성장에 힘입어 사업형 지주사로 변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는 전 거래일 대비 2.16% 상승한 23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월 10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이 회사의 주가는 이달 들어 20만원대 중반까지 치솟는 등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가 상승 일등공신은 기관이다. 기관은 이달 들어 단 4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SK를 순매수했다. 특히 2일부터 15일까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 등 이달에만 34만주를 사들였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이 SK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개별 자회사의 실적 성장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SK 영업이익의 약 30%가량을 차지하는 SK머티리얼즈(036490)와 SK바이오텍의 견조한 실적은 지주회사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2월 흡수된 SK머티리얼즈는 3·4분기 매출 1,240억원, 영업이익 406억5,000만원을 달성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SK머티리얼즈는 D램 미세화와 3D 낸드 투자 확대, 디스플레이의 대면적화 및 고해상도화 추세에 따라 NF3, WF6, SiH4 등 특수가스의 수요가 증가세를 이어가며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19만원까지 올려놓았다. 같은 달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된 SK바이오텍은 3·4분기 누적기준 매출(730억원)과 영업이익(223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시장 관계자는 “SK가 올해 인수했거나 지배구조를 개편한 자회사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사업형 지주회사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100% 자회사인 SK E&S의 내년 실적 반등 전망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SK E&S는 지난 3·4분기 영업이익이 13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과거 대비 유가가 하락했고 LNG발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발전 부문 수익성이 둔화한 탓이다. 광양발전소의 가동률이 2012년 전력난 이후 분기 최저치인 59.3%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4·4분기를 기점으로 SK E&S의 실적이 턴어라운드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용량요금(CP) 인상 확정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2% 오른 441억원가량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4년간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내년 상반기 가동이 예정된 장흥문산발전소의 이익 기여로 오는 2017년 연간영업이익은 약 9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의 실적 성장은 지주회사인 SK의 배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7,363억원을 기준으로 배당성향 26%를 달성했으며 올해는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 합병 당시 약속했던 주주환원 정책이 조기에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400원이었던 배당금도 올해는 4,000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에 유입될 배당금 수익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이 개선된 SK이노베이션(096770) 등 다른 계열사의 배당 확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도 SK는 수혜대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0월 SK그룹이 중간지주회사 도입을 일단 수면 위로 꺼낸 만큼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변화는 최대주주인 SK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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