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7일 서울경제신문·현대경제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 새 행정부에서도 한미동맹 중시 및 대북압박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트럼프) 당선 후 첫 24시간 이내 (정상급) 통화가 이뤄진 9개국 중 하나였다”며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중요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및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한미동맹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회담하겠다고 밝힌 점에 미뤄볼 때 대화 등 대북 유화책을 쓰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 등 캠프 인사들은 북핵 위협의 심각성·엄중성을 강조해왔다”면서 “제가 만난 트럼프 측 고위인사들과 입각이 예상되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오바마 정부의 정책이 약하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고 (대북정책이) 강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북 압박과 관련해서는 윤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주요 국가들의 독자적 제재 △글로벌 차원의 대북 압박이라는 3개 축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 4차 핵실험 후 3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결의 2270호를 채택했지만 북한이 이를 다시 무시하고 5차 핵실험을 감행함에 따라 2270호의 틈새를 메우는 한편 새로운 조치들을 다수 포함하는 신규 결의 채택을 위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특히 “그동안 틈새(loophole)로 지적돼온 북한의 민생 관련 문제에서 보다 실효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안보리 결의 채택 직후 발표될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 조치도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 차단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제재 대상들을 포괄하는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과거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강화돼 있다면서 “유럽연합(EU)이 북한이 가장 좋아하는 합리적인 카운터파트인데 EU에서도 독자적 대북제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하면서 “다시 전략을 (대화로) 바꾸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공조를 이룬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국제질서가 변화하거나, 북한 내부의 분위기가 바뀌거나,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맞이하는 등 여러 요소들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압박이나 국제사회의 공조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이어 “북핵 관련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추가 결의와 믹타(MIKTA) 외교장관회의, 1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보 각료회의, 제4차 한·아프리카 포럼,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안보리 북한인권토의 등 연말까지 예상되는 일련의 로드맵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언급한 것에 미뤄볼 때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도 다음달 도쿄에서 열릴 예정으로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 장관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주한미군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 주요 외교·안보 정책결정 과정에서 비선실세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열띤 논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외부의 개입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장관은 “사드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중요한 외교·국방·통일 이슈는 해당 주무장관이 종합적인 건의를 한다”면서 “주무부서의 의견이나 방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지만 뜨거운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리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참여정부에서 정책조정실장과 외교안보정책수석을 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3년8개월째 외교부 장관을 하고 있다”면서 “토론의 활발성이나 강도 등에 비춰볼 때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정책결정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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