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부인 명의로 야구계 복지 사업에 개입한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관련 사업을 청산했는데 이후 부동산을 매입한 곳 중 차은택(47·구속)씨와 연관된 업체가 포함돼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법인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부인 홍모씨는 지난해까지 원로 야구인들이 주축이 돼 제주도 서귀포시에 조성한 ‘야구인의 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를 지냈다. 야구인의 마을은 김응룡·김인식·유승안 등 야구계 원로 10여명이 지난 2002년 서귀포시 색달동 일대 1만2,304㎡ 부지에 조성한 다세대주택 단지다. 야구인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입주하고 야구계 각종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일종의 야구계 복지 사업이다. 2000년 부지 조성 당시 김 전 차관의 부인 홍씨는 지분매입에 참여하면서 일부 땅을 보유했다. 이후 이곳은 2011년 펜션 사업을 시작하면서 영농조합법인 형태로 외형을 바꿨고 홍씨가 2014년 4월∼2015년 3월 조합 대표를 지냈다. 이 조합은 지난해 3월 청산되면서 재산을 모두 정리했다.
서류상으로 사업에 참여한 것은 부인 홍씨지만 실제 이 사업에 참여한 것은 김 전 차관이었다. 이 사업 초기부터 참여한 한 야구계 인사는 “홍씨의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 김 전 차관은 자주 만났다”고 했다.
김 전 차관 역시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부인이 아닌 내가 참여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김 전 차관은 한때 프로야구단 프런트로 근무했던 인연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부인 명의로 조합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1가구 2주택 문제에 걸려서”라고 했다가 “집사람이 번 돈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다소 모호하게 대답했다.
야구인의 마을 사업은 순탄치 못했고 매년 적자가 누적됐다. 게다가 체육계를 총괄한 김 전 차관이 이 조합 지분을 가진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인사혁신처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조합은 청산의 운명을 맞았다. 청산 후 이 부지는 이후 조합 이사를 지낸 허모씨에게 넘어간 뒤 지난해 8∼10월 온라인 마케팅 업체 4곳에 매각됐다. 이 중 한 곳인 A사는 차씨의 최측근이 연루된 컨소시엄에 참여한 곳이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또 다른 업체 D사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며 소개해 매입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제 산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비쌌고 완료된 매매 계약 내용이 사전 설명과 달라 일부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김 전 차관이 차명으로 참여한 조합 사업을 급하게 정리하면서 누군가의 소개를 받아 손해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시세보다 비싸게 팔지 않았고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매각 과정은 전혀 알지 못하고 허씨가 모두 맡아 처리했다”고 말했다. 매각을 주도했다는 허씨는 “그게 왜 내 맘대로 한 일이냐”며 “매각 과정이 듣고 싶다면 김 전 차관에게 물어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본지는 이 부지를 소개했다는 D사 대표 임모씨와도 통화를 시도했지만 임씨가 해외에 체류한 탓에 연결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의 한 축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문화계에서 차씨가 있었다면 체육계에서는 김 전 차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 김 전 차관을 소환해 제기된 각종 의혹사항을 조사할 방침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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